국민연금은 24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포스코가 물적 분할을 통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로 나누는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9명의 수탁위원 가운데 과반인 6명이 찬성 의견을 내면서 결론이 났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계획을 밝혔다. ‘철강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2차전지, 수소 등 신성장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철강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지주사는 신사업을 발굴, 투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분할 방식으론 지주사가 사업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물적 분할을 선택했다. 분할 사업회사인 포스코는 비상장사로 두기로 했다. 수소, 리튬, 니켈 등 향후 지주사 산하에 신규 설립될 신사업법인도 상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중복 상장’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안건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9.75%)이 ‘키’를 쥐고 있었다. 포스코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블랙록(5.23%)뿐이다. 포스코는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ESG연구소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대부분 찬성을 권고하면서 52.7%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은 찬성으로 기운 상황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국민연금까지 찬성을 결정하면서 안건 통과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간 국내 기업의 물적 분할 안건에 잇달아 반대표를 던졌다.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할 건과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분할 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당시 “물적 분할로 지분가치가 희석돼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수탁위는 기존 예상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
물적 분할이 이뤄지더라도 포스코처럼 자회사가 비상장 상태로 유지된다면 ‘모(母)회사 디스카운트’를 피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위원은 자회사 비상장 유지와 관련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도 내놨다. 포스코 사례는 이전의 물적 분할과는 궤가 다르다는 것이 수탁위의 의견이다.
28일 지주사 전환이 확정되면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체제에 맞는 조직 개편 및 주요 임원 인사를 할 계획이다. 2차전지를 비롯해 리튬, 니켈, 수소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뤄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도 75조1611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후 신사업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황정환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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