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엇갈린 광고대행사 "디지털 동아줄 잡아라"

입력 2022-01-24 17:55   수정 2022-01-25 01:29

디지털 전략이 국내 광고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제일기획 이노션 등 일찍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한 전통 종합광고대행사와 디지털 광고회사는 코로나19 이후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 반면 오리콤 등 전통 광고회사는 신흥 광고회사에 취급액 규모에서 밀리는 처지가 됐다. 디지털전략이 종합광고대행사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척도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승부 건 제일기획·이노션 웃고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지난해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기획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2049억원) 대비 22.6% 증가한 2513억원이다. 이노션의 영업이익도 전년(1115억원) 대비 18.4% 늘어난 1320억원으로 추정된다.

디지털이 실적 개선의 일등 공신이다. 제일기획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디지털 사업에서 올렸다. 지난해 제일기획은 디지털 광고업체 하이브랩에, 이노션은 디지털 마케팅기업 디퍼플에 투자했다.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도 디지털 경쟁력으로 신규 광고주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 디지털 사업은 닷컴 운영 등에서 최근 콘텐츠를 제작해 소셜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제일기획은 올초 사내 메타버스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광고·마케팅 차원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노션은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 등이 출범시킨 스트리밍 플랫폼 ‘베뉴라이브’와 손잡고 방탄소년단 비대면 콘서트 등에 광고를 송출한다.

반면 디지털 체질 개선이 더딘 광고대행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그룹 광고회사 오리콤은 2020년 영업이익이 10억원으로, 전년(80억원)보다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48억원에 그쳤다. 오리콤 사업 부문은 오프라인 행사 중심 광고 사업과 보그(Vogue) 등 매거진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오리콤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는 디지털 관련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대홍기획은 2020년 영업이익이 827억원으로, 전년(1029억원) 대비 줄어들자 지난해 디지털 광고업체 스틱인터랙티브 지분 34%를 추가 인수했다.
상장 준비하는 디지털 광고회사
최근에는 전통 광고대행사를 제치는 디지털 광고업체도 등장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광고대행을 주로 하는 차이커뮤니케이션은 2020년 취급액(광고회사를 통해 집행된 광고비 총합)이 1626억원으로, 1229억원을 기록한 오리콤을 앞섰다. 차이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2103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해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추정된다. 차이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관련 인력이 전체의 80% 수준”이라며 “이마트 등 대형 광고주 캠페인을 담당했으며 지난해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받을 만큼 디지털 광고업체 위상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디지털 광고회사는 새로운 투자처로도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보상형 광고 플랫폼 스타트업 버즈빌은 총 37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0년에는 LB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으로 구성된 공동 투자 협의체 ‘메가세븐 클럽’의 첫 투자 기업으로 선정돼 205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차이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9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로부터 200억원을 투자받았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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