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국내 3대 생산거점의 하나인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이 전기차 생산기지로 탈바꿈하는 수순을 밟고 있지만 노조(광명 소하지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신규채용과 고용보장 등 노조의 요구를 우선 받아들여야 사측의 전동화 설비 전환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18일 오토랜드 광명에서 노조 대상으로 'MV(EV7 가칭) 양산 준비 설명회'를 열고 1공장의 후속 차종인 전기차 EV7 생산 설비 공사를 올 7월부터 진행하겠다고 알렸으나 노조가 거부했다. 노조가 사측에 요구해온 고용보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MV는 전작 EV6에 이어 기아가 두 번째로 선보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기반 전용 전기차다. 차명은 'EV7' 또는 'EV8'이 유력하다. 기아는 EV6 후속 차량을 오토랜드 광명에서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소하리 공장 자체가 작다. 기존 공정(하체 선반)을 일부 축소하고 배터리 공장을 들여오는 것을 사측이 제안했다"며 "내연기관 물량도 생산을 안 할 수 없다 보니 기존 공정을 외부로 빼고, 다시 조립·결합해서 들여오겠다는 게 사측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 계획대로라면 기존 공정이 줄면서 100여명 정도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며 "사측은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를 통한 일자리 감소를 계획하고 있는데 (노조는) 신규 채용으로 자연감소분을 메워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아 관계자는 "설명회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아직 얘기가 오가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당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의 3분의 2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다. 이에 따른 일자리 축소가 예상된다. 고용안정이 전제되지 않은 전기차 전환을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다.
오토랜드 광명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EV6와 니로 EV는 오토랜드 화성이, 쏘울 EV와 봉고 EV 등은 광주 공장이 생산해왔다.
오토랜드 광명은 그동안 카니발, K9, 스팅어, 스토닉 차종을 주로 생산했다. EV6 후속 모델 양산 시점에 맞춰 기존 카니발을 하이브리드와 전기 등 전동화 모델로 전환하고, 스팅어는 단종할 계획이다.
기아는 오는 2026년까지 주요 시장 전동화 전환을 선언한 뒤 오토랜드 광명을 3대 생산거점 중 하나로 육성할 예정. 2030년까지 연간 88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친환경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선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동화 과정에서 현대차·기아의 강경 노조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직접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직접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에는 별도의 전기차 생산라인 및 전용 플랫폼(E-GMP)이 없어 앞으로 출시될 전기차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하려면 내연기관 설비를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교체해야 한다. 정 회장이 미국 생산공장을 전기차 라인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만큼 투자도 뒤따를 예정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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