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트라이언이 유니레버 지분을 주기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니레버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헬스케어 부문 인수에 실패한 뒤 ‘큰손’ 주주들이 유니레버를 향해 경영 개혁을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행동주의 헤지펀드까지 압박에 나선 것이다. FT는 “앨런 조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가 바람대로 업종 확장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평가했다.
유니레버는 지난해 말부터 GSK 헬스케어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500억파운드(약 82조원)를 베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유니레버 주가는 11% 이상 폭락하는 등 투자자들이 동요했다.
트라이언의 지분 인수 소식은 유니레버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트라이언의 설립자 펠츠는 2017년 30억달러(약 3조5808억원) 이상을 투자해 P&G 이사회에 입성한 뒤 경영 압박을 가했다. 이후 P&G는 1년여 만에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라는 펠츠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펠츠는 지난해 말 P&G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그의 재임 기간에 P&G 주가는 85% 상승했다.
트라이언의 새로운 소비재기업 타깃으로 유니레버가 떠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니레버는 조프 CEO가 취임한 2019년 이후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시가총액 940억파운드로 영국에서 세 번째로 큰 대기업이지만 지난 5년간 주가는 1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작년 한 해 동안 주가는 17.7% 하락했다.
유니레버의 대주주 중 한 곳인 영국 투자회사 펀드스미스는 최근 유니레버의 성장세 둔화에 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과도하게 집착하느라 사업 펀더멘털의 큰 줄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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