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이 당국의 압박 속에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 지원을 받는 '작은 거인'들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의 최신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기술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로봇, 양자컴퓨팅, 반도체 등의 영역에 전략적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그 전략의 하나로 최근 주목받는 제도가 전문(專), 정밀(精), 특징(特), 혁신(新) 요소를 갖춘 기업을 인증하는 '전정특신 중소기업'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11년 전정특신 제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점화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술 자립'을 강조한 2019년부터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공업정보화부는 2019년 5월 1차로 248개사를 지정한 데 이어 2020년 11월 1744개, 지난해 7월 2930개에 전정특신 인증을 줬다.
중국 정부는 전정특신 기업에 연간 최대 100만위안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장려금보다 더 큰 혜택은 정부 인증 덕분에 투자자 유치가 훨씬 쉬워진다는 점이다. 작년에 인증을 받은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 위스는 연간 10억위안 이상의 외부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도 10억달러 이상으로 인정받았다.
전정특신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윈치파트너스의 응이핀 창업자는 "인증 기업들은 세금 감면과 대출 우대도 받을 수 있으며 우수한 인재도 더 쉽게 채용할 수 있다"며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중국이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들"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지난 20년 간 모방해 온 '실리콘밸리 모델'을 버리고 직접 강소기업 육성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불간섭 방침을 유지하면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빅테크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빅테크 영향력이 너무 커지고, 외부적으론 미국의 제재로 첨단기술 접근이 제한되자 정부가 직접 기업을 관리하는 통제 모델로 돌아섰다는 지적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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