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CES 후 유럽행…이재용 부회장도 해외출장길 오를 듯

입력 2022-01-25 11:43   수정 2022-01-25 11:44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2'를 마치고 곧장 유럽으로 향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이 부회장이 재판을 하루 쉬게 돼 그간 미뤄왔던 유럽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재용, 설 연휴 이용해 해외 출장 가능성↑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당초 연말연시 재판 휴정기를 이용해 해외 출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획을 늦춰 설 연휴가 낀 이번 주말에서 다음달 초 출국 준비 중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에 관한 재판에 출석해왔지만, 설 연휴 직후인 다음달 3일 재판이 하루 쉬면서 14일가량 여유가 생겼다.

출장 지역은 유럽과 중국으로 압축되는 가운데 재계는 이 부회장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연말에도 한 차례 유럽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지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해지면서 출장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면 시스템반도체가 주요 테마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비메모리 반도체로 확장한다는 구상을 세운 삼성전자는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로 국내에서는 경기도 평택, 미국에서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공장 증설에 나서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올 상반기 세계 최초 3나노 공정을 예고하며 기술 리더십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어 네덜란드 ASML과의 관계 재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격차를 좁히기 위해 초미세공정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필수적이다. 해당 장비는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 마지막 유럽 출장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EUV 장비 예약 대수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물꼬를 텄다. 당시와 같은 역할이 이번 설 명절에도 기대되는 셈이다.

과거 EUV 장비는 TSMC와 삼성전자 두 파운드리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도 D램을 시작으로 극자외선 공정이 도입되면서 EUV 장비 수요가 폭증했다.


여기에 미국 인텔까지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하면서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로서는 ASML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유럽에서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100조원 이상의 현금 보유량을 활용한 '의미 있는 인수합병'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아날로그 반도체, 특히 차량용 반도체회사들이 인수합병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취약 지점으로 꼽혀온 만큼 관련 기업과의 M&A를 타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한종희 유럽 일정 함구…이재용 출장 사전 작업?
한 부회장이 CES 직후 곧장 유럽으로 향했다는 점도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마이크로 LED 제품 양산이 늦춰진다는 지적을 받는 삼성전자는 해당 라인업을 베트남 공장에서만 생산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베트남 공장을 증설하는 동시에 슬로바키아 공장도 가동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의 유럽 출장 목적과 일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그가 CES 기자간담회에서 슬로바키아 공장 증설 이슈를 언급해 이와 관련된 일정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폴란드 브롱키 공장 증설을 위해 6억7320만 즈워티(한화 약 199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부회장이 사전 실무를 마무리하고 이 부회장이 최종 확인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롱키 공장은 유럽 가전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럽에서의 확실한 우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유력 출장지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조직 개편에서 기존 소비자가전(CE)과 정보기술·모바일(IM)을 통합한 DX 부문 산하에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하는 등 중국을 챙기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서다.

한 부회장 직속인 이 조직은 인사·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전사 파트와 사업부 파트로 구성됐다. 사업부 밑에는 모바일을 담당하는 MX 부문과 소비자가전·영상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VD 부문을 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가장 높지만 중국 내 삼성전자 가전의 입지는 약해지고 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Z플립3·갤럭시Z폴드3 등 폴더블폰도 국내외에서 흥행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장사가 잘 안되는 시장에 그룹 최고 총수가 직접 가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출장은 중국보다 유럽에 더 무게가 쏠린다"며 "중국 내 반도체 이슈 때문이라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이 먼저 갈 것이고 모바일이나 가전 점검을 위한 것이라면 한 부회장이나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먼저 중국을 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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