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촬영 시 훈련사·수의사 대동"…정부, '태종 이방원 사태' 막는다

입력 2022-01-25 09:25   수정 2022-01-25 09:27

농림축산식품부가 25일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영상 및 미디어 촬영 시 출연하는 동물에 대한 보호·복지 제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촬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최근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과정에서 벌어진 동물 죽음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농식품부는 "최근 모 방송사가 제작한 드라마의 낙마 장면과 관련해 '동물보호법' 상 동물학대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데 대해, 각종 촬영 현장에서 출연동물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우선 프로그램 제작사 등이 출연 동물의 보호를 위해 미디어 촬영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출연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기본 원칙, 촬영 시 준수사항, 동물의 종류별 유의사항을 골격으로 세부 내용을 담는다. 농식품부가 공개한 기본원칙은 '살아있는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소품으로 여겨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 상 관련 규정 준수 등 촬영 시 준수사항으로는 위험한 장면의 기획·촬영 시 CG 등 동물에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검토 및 안전조치 강구, 보호자·훈련사·수의사 등 현장배치, 동물 특성에 맞는 쉼터, 휴식시간, 먹이 등 제공이 제시됐다.

농식품부가 이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낙마 장면을 찍다가 말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이같은 실태를 고발하고 지난 21일 방송사를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KBS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KBS는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시청자 여러분과 국민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2주째 결방 중이다.

농식품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해 영상 및 미디어 관련 업계와 동물 행동·진료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향후 각 미디어 제작사, 방송사별로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동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출연동물의 보호·복지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도 적극 검토한다.우선 동물보호법에 따라 금지되는 동물 학대 행위의 범위에 출연동물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촬영, 체험 또는 교육을 위해 동물을 대여하는 경우 해당 동물의 적절한 보호관리를 위한 관계자 준수사항을 법령에 명시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김원일 농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은 “정부는 그동안 동물생명 존중,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반려동물 보호의무 강화, 동물실험의 윤리성 제고를 위해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는 등 노력해 왔으나, 각종 미디어 매체에 출연하는 동물의 보호는 제도적 관심이 부족했다고 본다”며 “영상 및 미디어 촬영 현장이 동물보호·복지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 공감대 조성과 제도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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