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에디슨과 테슬라 경쟁

입력 2022-01-25 15:05   수정 2022-02-23 00:01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2005년 ‘한국형 저상버스’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한국화이바가 저상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 부품인 내·외장재를 적용한 저상버스를 개발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이었다. 한국화이바는 105억원을 들여 3년간 개발한 저상버스 프리머스를 출시했다. 이후 무선충전 방식을 적용한 이-프리머스를 내놨고 2014년엔 후속 모델인 파이버스 CNG도 출시했다.

하지만 한국화이바의 저상버스 사업은 기대와 달리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전기버스 수요가 크지 않았던 데다 기존 경쟁사들이 막강해서다. 한국화이바는 2015년 버스를 포함한 자동차 사업부문을 중국 타이치그룹에 매각했다. 정부 개발자금을 투입해 키운 사업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타이치그룹도 경영 악화 등으로 2년 만에 매각을 시도했다. 이때 인수자로 나선 곳이 에너지솔루션스다. 에너지솔루션스는 에디슨모터스로 사명을 바꿨고, 마침 정부가 전기버스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입지를 다져갔다.

이후 에디슨모터스는 배터리 팩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많은 배터리 기업과 접촉했다. 중국산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수입해 배터리 팩으로 제조했다. 지난해 11월엔 에디슨모터스는 배터리 셀을 국산 파우치형으로 쓰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국산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이 중국산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판단에서다.

에디슨모터스가 사명에 에디슨을 넣은 것은 테슬라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적인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 전기차 시장을 개척할 때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토머스 에디슨으로 경쟁 구도를 꿈꿨다. 규모 면에선 턱없이 부족하지만 미래엔 기회가 올 것으로 여기고 전기버스 사업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탄소중립으로 에너지 판도가 바뀌는 때 한국이 발전하려면 전기차 부문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남은 인생을 한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에디슨모터스는 그동안 버스에 이어 전기 승용차 진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승용차는 버스와 달라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많았다. 테슬라 모델 S를 겨냥한 에디슨 스마트S, 모델 X와 경쟁하기 위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디슨 스마트X 개발을 진행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쌍용자동차가 매물로 등장했다. 에디슨모터스에 쌍용차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었고 결국 본계약까지 이르게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측면에서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의 재기, 에디슨모터스의 전기 승용차 진출을 위해선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인수자인 에디슨모터스의 강력한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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