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면서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높아지자, 금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저축은행이 보다 큰 폭으로 수신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한동안 찾기 어려웠던 연 7%대 고금리 특판 상품까지 등장한 상태다.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조만간 연 3%대 정기예금 상품이 자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크크크777정기적금'을 판매 중이다. 자사 디지털금융 플랫폼 '크크크' 애플리케이션(앱) 전용 상품이다. 앱 가입 후 '크크크 파킹통장 보통예금'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이달 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선착순 777명씩 총 2만4087명에게 가입 기회가 주어진다. 7개월 만기 상품으로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이자는 만기에 일시 지급된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최고 연 5% 금리를 주는 '위드정기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는 연 2.1%다. 자사 앱을 설치한 뒤 마케팅 동의를 하면 2.9%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해준다. 1인 1계좌로 제한되며,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고려저축은행도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고 뱅크 정기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가입 기간은 12개월이며 월 최대 납입금은 20만원이다. 2월 말까지 판매하는 상품으로 한도 소진 시 조기 종료될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최대 연 6% 금리를 주는 '웰뱅든든적금'을 판매 중이다.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게 특징이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2%다. 그러나 신용점수가 350점 이하면 3%포인트, 350점 초과 650점 이하면 2%포인트, 650점 초과 850점 이하면 1%포인트 추가 금리를 적용한다. 웰컴저축은행의 첫 고객에겐 1%포인트의 우대금리도 추가된다. 월 최대 납입금은 30만원이다.
단, 저축은행 고금리 특판 또는 적금 상품을 이용할 경우 월 최대 납입금 한도가 작고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복잡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어서다. 때문에 최고 금리 혜택을 받기 위한 세부 사항과 만기 시 얻을 수 있는 이자에 대해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은 일반적인 금융상품과 조건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는 해당 상품들이 일시적인 성격을 따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각 상품의 가입 조건 등을 보다 상세히 살핀 뒤에 의사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특판 또는 적금 상품 가입이 꺼려진다면 저축은행 정기예금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2개월 기준 연 2.43%로 집계됐다. 24개월 연 2.46%, 36개월 연 2.46%다. 12개월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해 7월 연 2%대로 진입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의 수신금리는 추후 더 빠른 속도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연내 1~2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 전망돼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금융사의 수신금리는 함께 오르게 된다. 저금리 기조에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차가 뚜렷이 드러나지만, 금리 인상기엔 두 업계 간 금리 차를 크게 체감할 수 없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고객 확보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에 따라 저축은행이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올해 4월 당국의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완화 정책 종료가 예정된 점도 수신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당국은 저축은행 예대율 100% 기준에서 10%포인트 이내로 위반하는 것에 대해 제재를 면하는 정책을 오는 3월 말까지 연장한 바 있다. 그간 저축은행이 보유 중인 예수금을 초과하는 대출을 취급했더라도 당장 예수금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없었으나, 당장 4월부터는 예대율 100%를 준수하기 위해 예수금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금리 인상기에 돌입한 만큼 당분간 저축은행도 수신금리를 올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과 금리 차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시중은행보다 약 1%포인트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계속 오를 것으로 본다. 조만간 연 3%대 정기예금 상품이 출시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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