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올해 시작한 ‘건강자산 캠페인’에 대해 이같이 자신했다. 건강자산은 보험사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는 헬스케어, 건강보험, 노후연금을 고객 관점에서 풀어낸 개념이다. 2007년 삼성생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보장자산’ 캠페인과 꼭 닮은 행보다. 삼성이 만들면 표준이 되고, 이번에도 그렇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 같은 건강자산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기존 보장자산을 넘어 노후 금융자산과 일상적인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건강자산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의 삶 전반에 걸쳐 최고의 상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진정한 인생금융 파트너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전 사장이 건강자산을 신년 화두로 내세운 것은 생명보험 시장의 녹록지 않은 현실과 맞물려 있다. 전 사장은 “보험산업의 근간인 인구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고 손해보험사는 물론 빅테크까지 경쟁에 가세해 치열한 힘겨루기가 전개될 것”이라며 “국내 시장의 한계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29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50억원)에 비해 30%가량 늘었지만 삼성전자 특별배당(8020억원) 효과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보험 사업에서의 성장은 크지 않았다.
정체된 내수 성장의 돌파구가 될 건강자산은 말 그대로 건강관리를 최우선 순위로 내세웠다. 전 사장은 “의료기술 발달로 수명 자체는 늘었지만 오히려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경제적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유병장수·노후빈곤’이란 사회적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1위 보험사로서의 소명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 건강자산은 개별 보험사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의 수익 측면에서도 이점이 적지 않다. 국가적으로 유병장수의 물꼬를 무병장수로 돌릴 수만 있다면 보험사의 비용(보험금 지출)이 줄고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오는 3월까지 건강자산에 대한 홍보와 사내 교육, 관련 솔루션 개발 등 준비 작업을 마친 뒤 4월부터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자신의 건강자산을 측정할 수 있는 간편 지수를 새롭게 선보이고 이와 연계한 건강보험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 사장은 글로벌 수익원 발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부동산 전문 영국 세빌스자산운용에 이어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고 있다. 300조원이 넘는 전체 자산의 운용 수익률(작년 3분기 기준 2.6%)을 단 1%포인트만 올려도 국내 보험 부문 적자를 모두 해소하고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호기/정소람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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