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老회장의 '덤벨경제' 승부수…일동후디스를 '부진 늪'서 구하다

입력 2022-01-25 17:26   수정 2022-02-04 16:47


분유·이유식이 주력 제품이던 일동후디스는 2017년부터 ‘저출산 직격탄’을 맞았다. 1970년 남양산업으로 시작해 국내 최초로 종합 이유식을 선보이며 영유아식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엔 속수무책이었다. 3년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적자 탈출을 위한 새 먹거리가 절실했다.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1933년생)은 오랜 고민 끝에 ‘단백질’을 떠올렸다. 건강과 체력 관리를 위한 지출을 늘리는 덤벨경제 현상을 주목한 것이다. 일동후디스의 ‘반전 드라마’를 쓴 단백질 브랜드 ‘하이뮨’은 그렇게 탄생했다.
90세 앞두고 던진 승부수로 적자 탈출
하이뮨은 일동후디스가 적자의 늪에 빠진 2017년 연구개발을 시작해 3년 만인 2020년 출시했다. 경쟁사가 먼저 단백질 음료를 시장에 내놨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최초’에 집착하기보다 더 나은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소화가 잘되는 산양유 단백질을 넣고, 어린아이부터 장년층까지 나이대별로 필요한 영양성분을 맞춤형으로 추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하이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첫해 매출 300억원을 찍으며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하이뮨으로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하이뮨 덕에 2200억원의 매출과 전년 대비 58% 증가한 10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회장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기존에 없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면서도 품질을 차별화해야 한다”며 “일동제약 시절부터 60여 년간 제약·식품업계에 몸담으면서 배운 진리이자 지금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경영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평사원일 때부터 오너 마인드로 일해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천식을 앓던 어머니에게 좋은 약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에 제약사에 입사했다. 1960년 평사원으로 일동제약에 들어가 아로나민과 큐란 등 히트 상품을 연이어 개발했다. 198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1994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1997년부터 일동후디스 대표도 겸임하다가 2019년 일동홀딩스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면서 일동후디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에서 30년 넘게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이끌었다. 2020년 대표직은 내려놨지만 아직도 매일 아침 회사로 출근한다. 이 회장은 “평사원일 때부터 오너처럼 책임을 갖고 일하다보니 어느새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다”고 했다.

이 회장은 영업과 광고·마케팅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동제약에서 아로나민을 내놨을 땐 업계에서 처음으로 약사로만 영업사원을 꾸리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하이뮨의 인기에도 공격적 마케팅의 역할이 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가수 장민호를 내세운 마케팅이 맞아떨어졌다. 이 회장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5년 내 상장 추진”
이 회장은 하이뮨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본업이던 분유 사업은 타깃을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다시 설정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분유 시장인 베트남에선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K푸드 열풍을 타고 전년(250억원) 대비 40% 늘어난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장은 “앞으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뮨은 종합건강기능식품 브랜드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건강한 라면, 몸에 좋은 과자 등 건강친화적인 가공식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2200억원) 대비 35%가량 늘어난 3000억원으로 잡았다. 이 회장은 5년 내 상장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그는 “회사의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더욱 널리 알리고, 감시와 견제를 통해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업공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전설리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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