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이유식이 주력 제품이던 일동후디스는 2017년부터 ‘저출산 직격탄’을 맞았다. 1970년 남양산업으로 시작해 국내 최초로 종합 이유식을 선보이며 영유아식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엔 속수무책이었다. 3년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적자 탈출을 위한 새 먹거리가 절실했다.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1933년생)은 오랜 고민 끝에 ‘단백질’을 떠올렸다. 건강과 체력 관리를 위한 지출을 늘리는 덤벨경제 현상을 주목한 것이다. 일동후디스의 ‘반전 드라마’를 쓴 단백질 브랜드 ‘하이뮨’은 그렇게 탄생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하이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첫해 매출 300억원을 찍으며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하이뮨으로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하이뮨 덕에 2200억원의 매출과 전년 대비 58% 증가한 10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회장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기존에 없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면서도 품질을 차별화해야 한다”며 “일동제약 시절부터 60여 년간 제약·식품업계에 몸담으면서 배운 진리이자 지금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경영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영업과 광고·마케팅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동제약에서 아로나민을 내놨을 땐 업계에서 처음으로 약사로만 영업사원을 꾸리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하이뮨의 인기에도 공격적 마케팅의 역할이 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가수 장민호를 내세운 마케팅이 맞아떨어졌다. 이 회장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이뮨은 종합건강기능식품 브랜드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건강한 라면, 몸에 좋은 과자 등 건강친화적인 가공식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2200억원) 대비 35%가량 늘어난 3000억원으로 잡았다. 이 회장은 5년 내 상장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그는 “회사의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더욱 널리 알리고, 감시와 견제를 통해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업공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전설리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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