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취재원에게서 1년6개월 전 취재했던 A변호사의 근황을 들었다. 변호사법 위반과 배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이후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18년부터 2년간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에서 부동산 브로커들과 짜고 ‘기획 소송’을 벌였다. 2016년 변호사시험에 붙은 지 고작 2년 만이었다.
타깃은 원주민에게 이주자택지(딱지)를 사들인 매수인. 이들을 상대로 원주민 대신 계약무효 소송을 건 뒤 취하 대가로 합의금 50%를 요구했다. 매수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합의금을 넘겼다. 2017년 대법원이 관행적으로 인정된 딱지 전매 효력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부 원주민은 실상을 뒤늦게 알고도 소송을 취하할 수 없었다. 소송 위임 계약서에 ‘계약 파기 시 택지 공급가의 30%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원주민 상당수는 법에 문외한인 고령층이었다. 재판부는 “사리사욕을 좇아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를 보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남욱 변호사가 떠오른다.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도 2009년 부동산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영학 회계사 등과 함께 대장동 특혜 개발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화천대유와 그 계열사인 천화동인에 최소 651억원 상당의 개발이익을 몰아줘 성남도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 밑에서 전략투자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에게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뇌물을 준 혐의도 받는다.
부동산 분야에서 활동한 두 변호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법률지식을 악용해 사리사욕을 좇았다는 점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고소득 전문직이기에 앞서 법률지식에 어두운 약자들을 변호하는 공익적 성격을 지닌다. ‘법조’라는 마차를 떠받치는 법조삼륜 중 하나다.
하지만 두 변호사는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범죄를 저질렀거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동네 건달이나 사기꾼이 할 법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까지 나온다.
법은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많은 시민에게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더구나 입법 과잉으로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의 공적 책임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A씨와 남욱 변호사 같은 사람들의 등장이 변호사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
[추후보도문] 평택 고덕신도시 변호사 특경배임 사건, 대법서 무죄확정
본지는 2022년 1월 26일에 <[취재수첩] 땅에 떨어진 변호사들의 법조윤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한 취재원에게서 1년 6개월 전 취재했던 A변호사의 근황을 들었다. 변호사법 위반과 배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위 보도에 나온 사건의 항소심인 수원고등법원은 2022년 6월 15일 배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이대로 확정됐습니다. 이 보도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