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화물 등을 이용한 마약 밀수가 크게 늘었다. 관세청은 8일 지난해 1년간 마약 적발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세관에서 적발된 마약은 1054건, 1272㎏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적발 건수는 51%, 적발량은 757% 급증한 것이다.
이전까지 밀매범이 직접 운반하던 마약을 국제우편과 특송화물, 해상화물 등으로 옮기면서 나타난 결과다. 실제로 항공여행자의 마약 밀수 건수는 전년 대비 73% 줄었지만 화물을 이용한 마약 밀수는 159% 늘었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품목 중 가장 많은 것은 메트암페타민(577㎏)이었다. 코카인(448㎏)과 대마류(99㎏), 페노바르비탈(57㎏), GHB(29㎏), 러쉬(18㎏) 등이 뒤를 이었다.
최음제 등으로 사용되는 메트암페타민은 유명 연예인의 복용 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제 마약조직을 중심으로 ㎏단위의 대규모 마약 밀수가 이뤄지고 있다. 1㎏ 이상의 메트암페타민 밀수 적발 건수는 2020년 18건에서 지난해 29건으로 늘었다.
특히 메트암페타민은 최근 생산이 늘며 가격이 떨어지고, 다시 수요가 늘어나며 국제적으로도 가장 성장성이 높은 마약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기준으로도 2020년 169t이 적발돼 2015년(60t)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러쉬 등 신종 마약은 소규모로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러쉬 밀매량은 18㎏에 불과했지만 건수는 213건에 이르렀다. 국제우편을 이용해 10g 이하 정도를 자가 소비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179% 늘어난데 따른 결과다.
한국을 경유하는 마약 거래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코카인의 경우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북미와 유럽을 최종 목적지로 한국을 경유했다는 관세청의 설명이다. 코카인 단속 실적은 지난해 448.5㎏으로 전년 0.1㎏과 비교해 급증했다.
이같은 마약 밀매 증가에 대응해 관세청은 적발 역량을 높여가기로 했다. 마약 탐지기와 비파괴 검사장비 등 첨단 방지를 일선 세관에 도입하고, 직원들에 대한 특별 교육도 확대한다.
아울러 마약류 밀수 신고자에게는 최대 1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관련 신고의식도 고취한다는 계획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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