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가장 트렌디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은행권의 경우에도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해야 초개인화된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여러 제도상우리 은행권의 데이터 경쟁력 강화를 제약하는 규제가 많은데, 임기 중에 이를 최대한 개선하는데 노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의 생활 서비스 진출이나 각종 데이터 활용을 제약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꼽았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는 은행의 데이터 경쟁력 강화를 어렵게 하는 규제라고 봤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원재료가 데이터"라며 "현행 규제 체계상 은행은 빅테크에 비해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이데이터 제도 역시 비교적 은행에 불리하다"며 "은행의 비금융 진출이나 마이데이터 제도를 개선해야 은행도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은행의 각종 자산관리 업무에 대한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가상자산도 겸업업무로 추가하는 등 종합자산관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국에 지속해서 건의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의 핀테크나 생활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지도록 비금융 회사에 대한 15% 출자 제한도 완화해서 은행이 금융과 비금융을 결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가로 "금융위의 올해 업무계획에 신탁업 제도 개선 추진이 포함돼, 올해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전문가의 자산 배분과 매매가 가능하도록 투자일임업 확대가 필수적이라 앞으로도 꾸준히 금융당국에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에 기존 은행그룹의 인터넷전문은행 신설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해왔다. 그는 "기존 시중은행의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만으로는 세분화된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에 비교적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은행이 타겟 고객층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 전략상 별도 조직을 설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대환대출 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이 보류된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현재로선 플랫폼이 원활하게 구축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에둘러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은행권은 현재 시장을 조금 보수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며 "일부에선 미국에 비해 충당금 규모가 적다고 하지만 준비금까지 쌓고 있어 이를 다 합치면 결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적극적인 사회 환원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엔 공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김 회장은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잘 알고 있다"며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이 보다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도록 체계화하고 다양한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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