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환자의 경우 장내세균 종류의 다양성이 감소하는데, 체중이 줄면 다양성이 일반인과 비슷해진다. 장내세균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동물실험으로 잘 정립됐다. 비만한 생쥐는 장내세균의 분포가 변한다. 피르미큐테스(Firmicutes) 종류는 증가하고 박테로이디테스(Bacteroidetes) 종류는 감소한다. 장내세균은 숙주의 장 세포가 소화하지 못하는 음식 성분을 분해해 영양분을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피르미큐테스는 이 능력이 월등하다. 무균 생쥐의 장에 비만 생쥐의 장내세균을 넣어 주면 날씬한 생쥐의 장내세균을 넣어준 그룹에 비해 체지방이 증가하고 비만이 된다. 비만한 사람이 ‘맹물만 먹어도 살찐다’며 다이어트 어려움을 토로할 때 이해해줘야 하는 이유다. 요컨대 환경으로부터 영양분을 취해 살아가는 일이 소화기관 세포만의 일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균들과의 협력 사업임을 알 수 있다. ‘나 혼자 산다’가 아닌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폭거 아래 전전긍긍한 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포들을 파괴해 염증을 일으키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등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생명체가 아니다.
반면 세균은 한 개체로서 살아가는 생명체다. 동식물의 세포(진핵세포)와 달리 세균은 핵이 분리돼 있지 않은 원핵세포다. 체중 70㎏, 신장 170㎝, 20대 남성의 몸은 약 30조 개의 진핵세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을 단세포로 분리해 적절한 조건을 제공해주면 아메바와 마찬가지로 잘 살아간다. ‘생명체의 단위는 세포’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몸에는 30조 개의 자체 세포에 더해 약 38조 개의 원핵세포, 즉 장내세균이 함께 살고 있다. 손님이 주인만큼이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가? 장-세균-뇌의 연결축이 정상적인 뇌 발달과 기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 축이 흔들리면 어떻게 질환 상태를 초래하는지는 아직 과학적 규명이 필요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30조 개의 진핵세포와 그에 공생하고 있는 38조 개의 원핵세포가 한 ‘몸’이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과학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에스엘바이젠 이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