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정규직 고용 원칙을 법제화하겠다고 26일 공약했다. 권고 수준인 현재의 지침을 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또 공정임금위원회를 설치해 고용 시장 내 임금의 적정성을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계와 학계에서는 “노동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공약”이라며 “노동법 교과서를 새로 쓰는 수준일 정도로 급진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2년 이상 상시 지속업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9개월 이상 상시 지속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 수준이라 강제 사항은 아니다.
이 후보는 상시 지속업무의 정규직 채용 원칙을 법제화해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의 동참도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그나마 제한적으로 보장된 고용 유연성이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경제계에서 나온다.
이 후보가 공정임금위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사실상 정부가 민간의 임금체계를 관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하는데 이 후보의 공약은 정부 개입적인 요소가 강하다”며 “고용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고용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표준임금체계를 만든다는 건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며 “노동시장이 하는 역할을 국가가 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중앙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에 추가적 보상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용역 회사에 고용돼 있으면서 다른 회사에 노무를 제공하는 ‘용역직’의 고용 보장을 위해 용역회사가 바뀌더라도 고용 관계가 승계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과 별개로 임금 하한선을 정해주는 적정임금제도를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하고, 민간부문 하도급에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비정규직 노조 참여 확대, 특수고용직 등 교섭 활성화 및 단체협약 효력 확대 등도 노동계가 요구해 온 것이다.
이 후보는 “교원과 공무원이 근무 외 시간 동안 직무와 무관한 최소한의 정치 활동은 보장하겠다”며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주장해 온 정치 참여 보장도 공약했다.
이 후보는 ‘노동개혁’ 문제는 공약에 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법 전문가는 “기업의 경쟁력이나 노사 균형적 관점에서 다뤄야 할 문제는 공약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임금체계 등 현재의 낡은 노사 문제를 어떻게 선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미현/전범진/곽용희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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