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도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급증, 소프트웨어 설계 변경을 통한 신속한 공급망 관리 등이 역대급 실적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테슬라는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 제한이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슬라는 27일(현지시간) 지난해 순이익이 55억달러(약 6조5917억원)로 전년(2020년) 대비 662.8%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538억달러(64조4793억원)로 70.8% 늘었다. 모두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2020년 4분기) 대비 65% 늘어난 177억2000만달러(21조2300억원)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43억2000만달러(5조1775억원)로 760% 폭증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165억7000만달러)를 훌쩍 웃돌았다.
테슬라는 지난해 총 93만6000대를 팔았다. 반도체 수급 차질에도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과 상하이 공장이 생산을 끌어올리면서 전년 대비 87% 판매가 증가했다. 테슬라는 신규 공장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과 독일 베를린 공장을 통해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는 이미 작년 말부터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올해 약 150만대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가 반도체 공급 대란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수직 통합된 부품 공급망과 자체 소프트웨어 능력 덕분이다. 뉴욕타임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테슬라가 대체 반도체 칩을 공급받아 발 빠르게 소프트웨어를 수정하면서 반도체 부족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테슬라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공장 가동 제한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테슬라는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해 지난해 생산 능력을 밑도는 수준으로 가동됐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전체 생산량이 줄어들 것을 고려해 올해 신차 출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출시가 미뤄진 사이버트럭 생산은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기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