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정 전 교수의 업무방해,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증거인멸·증거은닉 교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9년 8월 '조국 사태'에 대한 검찰조사가 이뤄진지 2년 5개월 만에 나온 확정판결이다.
정 전 교수는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고 조씨의 입시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와 2차 전지 업체 WFM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 총 15가지 죄명으로 기소됐다.
하급심에서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전부 유죄로 판단했으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로 봐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1000만원을 선고했다.
"3년간 방치...피의자 참여권 보장되는 증거로 보기 어려워"
대법원은 이날 판결의 최대 쟁점이던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나온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정 전 교수 측은 "해당 PC는 정 교수의 소유이지만, 제3자인 동양대 조교 김모씨가 이를 검찰에 임의제출했고, 그 과정에 피의자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 등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제3자가 임의제출하는 경우 소유자인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또는 근접 시기까지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 또는 관리하면서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판결"이라며 정 전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해당 PC가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에 보관됐다"며 "보관·관리 업무 담당자인 조교와 행정지원처장이 동양대 측 입장을 반영해 검찰에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별도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 부부의 1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 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상연 장용범)은 지난해 12월 핵심 증거인 동양대 PC, 자산관리인 김경록씨로부터 제출받은 PC 등 대해 증거 배제 결정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앞선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배제 당하면서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 부부의 재판 결과가 뒤바뀌는 반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다.
검찰은 이와 같은 결정에 "적법 절차를 지켰고 실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며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편파적 결론을 내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재판이 정지된 상태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서도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정 전 교수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 대법원 2부의 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임의제출된 증거에 관해 새로운 판단을 내렸던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심이기도 하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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