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니지모리 스튜디오, 노곤노곤 료칸 온듯 피로 사르르

입력 2022-01-27 16:38   수정 2022-01-28 02:29

일본 신사 입구에서나 볼 수 있는 붉은 문을 지나 삐걱거리는 나무문을 밀쳤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옛 일본의 어느 마을 골목이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일본식 목조건물 안엔 1800년대 에도시대에 썼던 빈티지 가구와 소품이 빼곡히 차 있었다. 멀리 보이는 성벽 옆으론 일본의 온천 숙박시설인 료칸 건물이 줄지어 들어앉았다. 지난 22일 찾은 경기 동두천의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일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일본 에도시대 재현한 공간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처음에는 방송 촬영을 위한 대여 공간으로 기획됐다. 사극을 찍을 때는 중국이나 일본을 배경으로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일본에서 촬영하려면 비용도 비싸지만,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서 촬영 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니지모리 스튜디오의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낸 사람도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고(故) 김재형 감독이었다. 그는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 굵직한 사극을 주로 찍었다.

임도빈 니지모리 스튜디오 이사는 “촬영용 세트장을 지으면 외관만 그럴듯하게 짓고 촬영이 끝나면 허무는 게 보통”이라며 “니지모리는 여기서 벗어나 가구는 물론 식기와 소품까지 콘셉트에 맞춰 꾸민 복합문화공간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돈’ 쓰면서 일본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것까지 신경을 썼다. 이곳의 전기 콘센트는 대부분 110V다. 전통 일본식 조명과 기기를 가져다 뒀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한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꾸몄기 때문에 곳곳에선 서양식 소파와 가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모노를 빌려 입고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떠나 온 기분을 낼 수도 있다. 길거리에는 사무라이 복장을 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소원을 빌 수 있는 ‘고양이 신사’도 마련됐다. 문을 연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인증샷’이 넘쳐나는 원동력이다.
한국에서 즐기는 일본식 온천

일본식 온천 숙박시설인 료칸도 그대로 옮겼다. 실제 일본 료칸에서 사용하던 다다미와 가구를 들여왔다. 건물 외부를 빼고는 내부의 장식품 그림 다기 모두 일본에서 가져온 빈티지 제품이다. 금성모 니지모리 총감독은 “22개 료칸 건물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인테리어가 같은 것이 없는 게 특징”이라며 “일본식 온천문화를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침구부터 욕탕까지 비슷하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숙소 욕실 안에는 편백나무로 만든 히노키탕이 하나씩 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은은한 편백나무향이 올라온다. 편백나무는 항균, 살균 효과가 뛰어나고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기 때문에 치유 목적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산림욕을 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히노키탕에 몸을 담글 때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 숙소가 독립된 구조인 데다 밖에서 들여다보이지 않아서 노천욕도 즐길 수 있다. 뜨끈한 몸과 냉기가 느껴지는 머리는 어쩐지 개운한 느낌이 든다.

반신욕을 즐긴 뒤에는 방에 비치된 유카타를 입고 숙소에서 쉬거나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볼 수도 있다. 니지모리 스튜디오 안에 있는 일본식 라멘 가게나 스시집에서 식사를 곁들이면 정말 일본에 여행을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침에는 근대 일본풍으로 꾸민 공간에서 전복 내장죽을 곁들인 조식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동두천=나수지 기자/사진=신경훈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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