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의 코엑스’로 불리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오랜 기간 방치돼 왔던 2만9093㎡ 규모의 철도 부지가 지상 최고 38층짜리 5개 동 규모의 호텔·전시·업무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13년 넘게 표류하던 이 사업의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해 내년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강북 코엑스’ 세부계획 나왔다
서울시는 용산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서울역 북부역세권의 세부개발계획안을 다음달 9일까지 2주간 열람 공고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27일 발표했다.중구 봉래동 2가 122 일원에 있는 이곳은 서울로7017과 염천교 수제화거리 사이에 있다. 자재·물류창고를 제외한 부지 대부분이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왔다. 지상 철로가 서울역 일대를 단절시키면서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은 2008년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민간사업자가 사업성을 이유로 중도 포기하는 등 곡절이 많았다. 서울시가 2018년 개발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코레일(토지 소유자)에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2020년 4월 코레일과 한화 컨소시엄(사업자)이 사전 협상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사업이 재개됐고, 작년 4월 큰 틀의 개발 계획이 확정됐다. 이번에 도시계획 수립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돼 사업이 속도를 내게 됐다.
세부계획안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의 용도지역을 제3종일반주거지역·일반상업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건축물은 용적률 799%를 적용해 연면적 약 35만㎡, 지하 6층~지상 38층, 5개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복합단지는 업무시설(42.3%), 오피스텔(29.8%), 숙박시설(9.5%), 판매시설(11.3%),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7.1%) 등으로 구성된다. 도심·강북권 최초로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제회의장·전시장을 갖춘 컨벤션 시설도 들어선다.
이 같은 내용의 세부개발계획은 주민 열람 공고 이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인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23년 착공해 2026년 준공될 전망이다.
서울역 일대 개발 시너지 기대
서울시는 북부역세권이 개발되면 서울역 일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계획안에 담긴 컨벤션 시설은 △2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 △30명 이상 수용하는 중소 회의실 10실 이상 △2000㎡ 이상 옥내 전시면적을 확보한 시설 등을 갖췄다. 서울 도심과 강북권에는 아직 이 정도의 시설이 없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29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금을 마련하고 서울역 일대 공공 인프라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역 동서지역과 주변 공공시설을 연결하는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해 지역 간 단절을 보완할 예정이다. 지하철 1·4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다수 노선이 지나는 서울역 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으로도 쓸 계획이다.
나머지 기여금은 서울 지역 균형발전에 투입된다. 동작구 남태령공원, 강동구 암사역사공원 등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토지 보상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서울역은 국가 중앙역이자 유라시아 철도 시대 국제 관문”이라며 “사업비 2조원의 고밀복합개발사업으로 국제회의장 수준의 시설이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은 기존 1·4호선과 공항철도에 더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B 등 다수 노선이 추가로 개통을 앞두고 있어 북부역세권 개발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울역 일대에선 용산 청파2구역이 ‘오세훈표 재개발’로 불리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역이 개발되면 주변 아파트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서울역 일대에는 2017년 1341가구 규모로 준공된 ‘서울역센트럴자이’를 비롯해 ‘LIG서울역리가’(181가구), ‘삼성사이버빌리지’(712가구) 등의 아파트가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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