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삐걱거리는 우리팀, '조직 업데이트'가 필요해

입력 2022-01-27 18:03   수정 2022-01-28 02:06


‘나를 아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모든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나를 알 수 있느냐다. 그게 쉬웠으면 손자병법의 구절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널리 회자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 잘하는 팀을 만드는 리플렉션의 힘》은 나를 아는 체계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수학 문제를 풀 듯 ‘인지의 네 가지 구성요소’라는 공식에 상황을 대입하면, 쉽게 자기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리더십 및 조직관리 분야 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행위인 리플렉션을 익히면 자신과 조직의 성장을 모두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리플렉션이 중요한 이유는 관성과 타성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늘 하던 대로 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한때 잘나갔던 기업이나 조직이 하룻밤 사이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집착한 탓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사람의 운영체제도 뒤처지지 않게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이 리플렉션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올바로 아는 것이 힘든 이유는 항상 주관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개를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보기’란 대단히 어렵다. 저자는 이럴 때 ‘의견·경험·감정·가치관’이라는 인지의 네 가지 구성 요소로 쪼개보라고 말한다. 앞의 사례에서 개를 좋아하는(의견) 사람은 예전에 집에서 개를 키웠는데(경험), 그때 기쁨과 안심(감정)을 느꼈고, 이로 인해 개는 사랑스럽고 마음을 달래준다(가치관)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반면 개를 싫어하는(의견) 사람은 예전에 개에 물려 다친 적이 있는데(경험), 그때 무서웠고(감정) 이로 인해 개는 가까이 하면 위험하다(가치관)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는 조직 내 활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관적인 사람은 무엇이든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A는 신규 사업의 목표 매출이 너무 높다(의견)고 보는데, 고객도 아직 없고 직원들도 경험이 부족하기(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고 두렵다(감정). 이로 인해 현실주의적이고 위험성을 강조(가치관)하게 된다. 이 사람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관성에 젖은 생각일 수도 있다. 책은 이럴 때 리플렉션을 통해 반대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신규 사업의 목표 매출을 달성하면 회사 안팎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의견)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해보면 잠재적 고객이 드러날 수 있고, 직원들도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경험)이다. 이를 생각하면 설레고(감정), 미래지향적이고 무한한 가능성(가치관)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떤 비전을 세워야 할까’ ‘이 비전을 어떻게 팀원 모두와 공유해야 할까’ ‘나는 왜 후배를 가르치다 말고 늘 내가 직접 일하게 되는 걸까’ ‘내가 뭔가를 잘못 전달하고 있는 걸까’ 등 리더의 머릿속에 항상 떠오르는 복잡한 생각을 이런 방법으로 정리하고 객관화할 수 있다. 반성이 사죄와 해명, 책임 추구 등 과거지향적이라면, 리플렉션은 원인을 파악해 앞으로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다.

리플렉션을 익힌 리더가 많아야 조직이 번성한다. 특히 상명하복 체계에 거부감을 느끼고 자율과 수평적 문화에 끌리는 신세대 직원이 많아지는 미래에는 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리플렉션으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리더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편견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상대의 의견도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리플렉션을 자주 하면 의견 대립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며 “정보를 취사 선택하지 않고 평가와 판단을 유보한 채 상대방의 세계에 공감하며 들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기술·경영서들은 핵심을 요약하고 도식화하는 데 강점이 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공식에 대입하듯 쉽게 푸는 리플렉션 기법은 바쁜 직장인들이 바로 내일이라도 현장에 적용해볼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실용적이다. 다만 너무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깊이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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