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중대재해법 처벌 과도…보완입법 시급"

입력 2022-01-27 18:00   수정 2022-01-28 00:41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7일 경제계는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불명확한 의무 규정으로 과도한 형벌을 부과해 경영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발표했다. 경총은 “기업의 안전 관리 역량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지금의 중대재해법은 과도한 처벌과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조차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법 시행에 앞서 경영책임자의 정의와 의무를 명확하게 하고, 면책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여러 차례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법이 시행됐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한 해설서마저 모호하고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기업은 누가,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을 지킨 것인지 알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경제계는 즉각적인 보완 입법을 요청했다. 경총은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경영자에게 묻고, 불명확한 의무 규정으로 과도한 형벌을 부과하는 문제점이 합리적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게 경제계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들의 안전투자 확대와 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 중심으로 산업안전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부 현장에서는 1호 처벌 대상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며 “법 시행 과정에서 경영자의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수사나 과잉처벌이 이뤄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법 시행 후 1년 내 보완 입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포럼은 안전보건 의무가 부과되는 사업주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의무 내용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처벌 수준도 ‘1년 이상’의 하한형을 ‘1년 이하’의 상한형으로 변경하고,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도 산업안전보건법과 비슷한 수준의 벌금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산업재해) 예방에 치중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 의욕을 잃지 않도록 관련 시행령 등을 잘 다듬어 합리적으로 집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국내 10대 그룹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법 보완 요청에 “실제 처벌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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