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존의 청와대는 사라지고, 조직 구조도 일하는 방식도 전혀 다른 새로운 대통령실을 만들 것”이라며 민간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민관합동위원회’를 위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으로 옮기고, 기본 청와대 부지는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도 약속했다.
“공무원끼리 모여서는 문제 해결 한계”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청와대를 해체 수준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정치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현재 청와대로는 더 이상 국가를 이끌어갈 수 없다”며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을 만들고, 이는 정예화된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가 결합된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윤 후보는 특히 “공무원끼리만 모여서는 문제 해결과 대안을 만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민간 역량’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앞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공무원 조직에만 있어서는 세상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과 관료 조직 경험이 두루 있는 분에게 정책 사령탑을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민간에 있는 최고의 인재들, 해외 동포도 가리지 않고 모두 모아 국정 운영에 참여시키겠다”며 “경륜 있는 중장년층과 젊고 패기 있는 젊은 인재들 누구라도 애국심과 실력만 있으면 국정의 컨트롤타워 안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많은 보수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 인재 영입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민간의 최고 지성과 전문가 중 수입을 기대하지 않고도 자신의 경륜과 지식을 국가에 환원하고 봉사하고자 하는 분이 많다”고 답했다. ‘민간인 전문가가 정책은 입안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책임은 전부 대통령이 지겠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줄여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제가 앞서 말씀드린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자문과 심의를 거쳐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 시작할 것”
윤 후보는 대대적인 청와대 개편에 맞춰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국민은 늘 대통령을 만날 수 있고, 대통령도 늘 국민과 소통하며 일할 것”이라며 “다음 정부는 임기 첫날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무실 이전을 통해 ‘대통령-민간 전문가-관료’ 사이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윤 후보는 “민간의 최고 지성, 관료, 정치인, 학자, 언론인 등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운영하고 청와대 참모들은 합동위원회를 지원·연결하는 역할만 하도록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며 “현 청와대 구조로는 그런 일을 하기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을 만들고, 여기에 민관합동위원회 사무처·지원조직·회의실 등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청와대 부지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기존 부지에 필요한 역사관을 만들든지, 시민 공원으로 활용하든지 하겠다”며 “일단 돌려드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호·보안·교통 문제 등으로 공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호 문제 등은 이미 선대본부에서 검토를 끝냈다”고 답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설 연휴인 31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4당 대선 후보끼리 다자 토론을 하자’는 나머지 3당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하고 “양자 토론을 하자”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다자 토론을 해보니 상대방에 대한 생각 등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장도 “국회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 양자 토론을 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31일 양자 토론과 4자 토론을 모두 하자”며 윤 후보를 압박했다.
성상훈/고은이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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