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체 야오킨은 오는 4월부터 우마이봉의 가격을 10엔에서 12엔으로 2엔 인상한다고 27일 밝혔다. 야오킨은 원가를 맞추기 위해 우마이봉의 용량을 줄인 적은 있지만 가격만큼은 45년째 10엔을 유지해왔다. 회사 측은 “주 원료인 미국산 옥수수와 식물성 유지 가격이 오른 데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운송비 부담이 늘었다”고 가격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우마이봉은 ‘맛있는 막대기’란 뜻이다. 부담 없는 가격과 소혀구이맛, 낫또(일본식 된장)맛, 명태맛 등 15가지 맛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슈퍼와 편의점 등 어디에서든 살 수 있고 식당에서 어린이 고객에게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한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고려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던 일본 기업들이 변한 것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한계 상황에 달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입 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주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일본 기업에는 고통이 증폭된 셈이다. 일본은 철광석 석탄 양모 면화 옥수수 천연고무 등을 100% 수입에 의존한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의존도도 99.7%와 97.8%에 이른다. 작년 4분기 국제 철광석 가격이 78% 오르면서 지난달 일본에서 철강 가격은 26% 상승했다. 철강값이 오르자 자동차 가격도 올 들어 0.7% 상승했다.
작년 11월 기업의 원재료 조달 가격을 나타내는 기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9.2% 뛰었다. ‘2차 오일쇼크’의 충격을 받은 1980년 12월(10.4%) 이후 41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12월에도 8.5% 올랐다. 수입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수입물가지수는 11~12월 두 달 연속 사상 최대폭인 40% 이상 급등했다.
효과가 사라지는 4월이면 물가상승률이 일본 정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지난 30년간 온갖 재정·통화정책을 쓰고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다.
디플레이션 탈출에 사활을 걸던 일본 정부가 거꾸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정유사에 가격 인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일본 전역의 평균 휘발유값이 L당 170엔을 넘어선 데 따른 조치다. 일본 정부는 평균 휘발유값이 L당 170엔을 넘어서면 정유사에 최대 5엔의 보조금을 준다. 도매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지만 실제로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해 시장의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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