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비평가 요하임 카이저는 음악이 마음을 흔들어 놓지 못한다면 그 음악은 생명력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클래식을 한번 듣고 일생을 결정한 음악가들처럼 날카로운 감성은 지니지 못했어도 음악을 듣고 감동하거나 위로받을 수 있다면 행복한 삶 아닐까?
팍팍한 삶과 고단한 일상에 따스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 있다. 바로 신간 '내 마음의 클래식'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계절에 어울리는 곡을 안내하면서 개인의 삶과 일상에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더할 것을 권유한다.
서기열 작가는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6월'은 맑은 여름날의 뱃노래를 그린 곡이며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은 소나기를 묘사한 음악이다. 그래서 겨울에 듣는 것보다는 여름에 들으면 훨씬 편하고 어울리는 곡들"이라며 "클래식을 듣는 계절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사계절에 어울리는 곡들이 있는 만큼, 이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감상의 행복을 전하고자 했다"고 했다.
저자는 봄은 바이올린 현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초록색으로,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선율을 연상토록 한다고 전했다. 여름은 타오른 대지를 식히는 소나기 같은 비발디의 음표를 떠올리게 한다고. 가을은 브람스의 고독처럼 진홍빛 와인 색깔, 겨울은 침묵으로 새봄의 희망을 기다리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단순히 읽는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뛰어넘는다. '예술이란 보는 것이 아닌 보도록 하는 것'(Art is not what you see, but what you make others see)이라는 에드가 드가의 철학을 따르기 위해, 저자는 QR코드를 책에 담았다. 휴대전화로 책 속의 QR코드를 인식하면 바로 명연주자들의 공연 현장이 펼쳐진다. 독자의 시각은 물론 청각까지 압도하는 클래식 서적을 만들고자 한 결과다.
클래식 초심자나 학생들을 위해 익숙한 악장부터 전곡을 소개한다. 특정 연주가나 장르로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팝이나 영화음악에 대한 설명도 넣어 독자들이 쉽게 작품에 다가가도록 했다. 서혜진 작가의 일러스트와 저자가 소장한 LP 사진 또한 독자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이 모든 사안은 저자가 서적을 출간한 목적을 향해있다.
"나의 신념은 '클래식은 행복이며, 새로운 세계'다. 이 책이 클래식 음악 세계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저자 서기열
전주고와 성균관대 영문과, 헬싱키대학의 MBA를 나온 저자는 1981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국제금융 관련 부서에서 이력을 쌓아온 '국제통'이다. 전공과 연관이 깊지 않으나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었다는 저자는 금융업계 내에서도 유명한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꼽힌다. 2017년부터 원불교 강남교당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 DJ를 맡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클래식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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