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세계 각국이 국가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우리 기업과 기업가들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일이 필요하겠다. 미국·유럽·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기업들의 핵심 주주나 경영 주체에게 힘을 실어주는 제도적 장치인 차등의결권, 신주인수 선택권 등을 강구하는 것은 그들이야말로 일반 주주와 달리 국제경쟁 일선에서 필사적으로 국부를 창출하는 주체들이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정책 당국은 그러한 제도가 마치 기업들에게 특혜를 준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제도의 부재로 인해 경영권이 흔들리고 엘리엇 같은 해외의 기업 사냥꾼들에 의해 국부가 유출되는 사례를 목격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벤처기업법에 상법의 특례로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도 이념에 얽매이는 국회의원들에 의해 문전박대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벤처기업가는 그야말로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모든 것을 걸고 사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 재산을 모두 잃음은 물론이요, 헤어날 수 없는 빚더미에 오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 이런 사업은 기업화에 성공해도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외부 자본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자칫 경영권을 상실할 개연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적지 않은 국가들에서 그런 벤처기업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가발전 차원에서 보다 많은 벤처기업이 출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복수의결권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에선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이같은 결정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 종료 3개월가량 앞두고 기업경영권을 위협할 또 하나의 강력한 제도를 설정하려 하고 있다. 투자기업을 상대로 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대표소송 행사가 그것이다. 소송권을 현행 금융전문가 중심의 기금운용본부로부터 노조·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로 이전시키려 하고 있다. 문 정권은 강성노조의 법적 지위를 제도적으로 강화시켰을 뿐 아니라 강성노조의 불법행위까지 사실상 방관해 경영권 위협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거기에 더해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강화로 인해 대표 주주의 경영권이 크게 위축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달리 말하면 민간 기업의 경영활동조차 정권의 강력한 간섭 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경영활동의 자율성이 무엇보다 요구되는데 문재인 정권은 사실상 정치권력 또는 강성노조에 의해 자율성이 위축되는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 심지어 노동이사제까지 설치해 경영권의 지율성이 여타 선진국 기업에 비해 매우 위축된 상태다.
이러한 경제운영 방식은 당연히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민간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상 기준 민간기업 투자 증가율이 2012~2017년 연평균 6.9%였는데 2017~2020에는 연평균 0.2%로 급락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이익률도 2016년 4.09%에서 2020년 2.99%로 악화일로에 있다. 평균 매출 증가율 역시 2016년 2.57%에서 2020년에는 ?1.04%로 낮아져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다.
고용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주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 일자리는 185만개가 사라지고 대신 주 36시간 미만의 시간제 근무가 230만개 늘었다. 한창 일할 나이의 30~40대 젊은 층의 정규직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정부 재정으로 창출한 아르바이트성 노인 일자리만 증가한 셈이다. 일자리가 외형적으로는 증가한 것으로 보이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의 안정된 일자리는 줄어들면서 젊은이들의 결혼 및 출산율 감소로 이어졌고, 인구증가율 세계 최하위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 기업들은 상당한 발전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기업규제 3법, 주52시간 근로시간제도의 경직적 운용, 선진국 기업 대비 불안정한 경제구조의 존속 및 강성노조의 불법적 노조활동 방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여 기업의 성장 잠재력은 크게 위축되고 한국경제 활력도 죽어가고 있다고 하겠다. 문 정권과 민주당의 이러한 정책운영 방식은 강한 고소득 계층을 억누르고 약한 저소득 계층에 유리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나, 한국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기 직전인 1996년경이 기업들 투자가 가장 활발했고 고용률이 매우 높았으며 나아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근로자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한국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규제를 통해 적정범위를 유지하도록 해야겠으나, 그 범위 안에서라면 선진국 수준의 경영안정 장치를 구축하도록 해 자율적 판단에 입각하여 경영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금과 같은 청년층 실업 문제가 해소될 수 있고 한국경제의 중요 취약점인 소득불평등 문제도 개선되리라 생각한다.
기업의 잠재능력을 옥죄는 제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저소득 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명실공히 ‘선진 한국경제’를 실현시키는 길이다. 지금 정부에 요구되는 역할은 4차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고도 기술인력 축적을 위시한 인프라 구축, 선진경제에 적합한 제도의 정비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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