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증시의 선진지수 승격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선진지수로 승격되면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증시의 안정성도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선 몇 가지 제반조건만 충족되면 한국증시가 충분히 선진지수에 승격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선진지수에 승격된다고 해서 정치권 일각의 주장처럼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지난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DM) 편입과 관련해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대폭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MSCI가 한국의 DM 승격을 반대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역외 환율시장이 없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날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공매도를 상반기 전면 재개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MSCI는 코로나19 하락장을 계기로 한국서 공매도가 제한되기 시작됐다는 점을 문제삼았던 바 있다. MSCI DM 승격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이상 DM 승격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김용구·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은 선진시장 승격에 충분한 상황"이라며 "역외 환율 시장 부재 등 부정 평가는 노력에 따라 극복이 가능하며 일부 제도 개선 및 MSCI 측 설득을 통해 DM 승격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DM으로 승격되면 외국인 자금이 추가 유입돼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증시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라고도 본다. EM에 잔류하면 생기는 외국인 자금 추가 유출도 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EM 내 중국시장의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시장의 비중 축소와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추가 유출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DM에 승격된다 해서 무조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진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경훈 KTB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DM으로 편입될 경우 DM 내 한국비중은 2.3%(8위권)에 머물며 2314억달러 정도가 유입될 것"이라며 "EM에서 빠져나와 DM으로 들어가는 순효과만 계산하면 추가로 12조원정도가 유입될 것으로 보여 시장서 얘기되는 18~61조 유입 전망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증시 안정성 제고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EM 시장에 비해 DM 시장의 시장 내 위상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관건은 차기 행정부에서도 DM 승격이 강력하게 추진될지 여부다. 한국은 현재 MSCI 관찰대상 목록(watchlist)에도 빠져있기 때문에 재편입을 위해선 오는 6월 정기심사에서 관찰대상 목록에 올라야 한다. 이에 성공할 경우 빠르면 내년 6월 정기심사에서 선진국으로 승격, 2024년 6월 정식 편입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동학개미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에서 DM 승격을 내걸고 있지만, 선거 이후에도 강하게 추진하지 않는 이상 어렵단 얘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DM 승격의 과정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다 가정해도 수 년이 걸리는 이야기"라며 "3월 대선 이후로도 정부가 강하게 추진할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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