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의 간판 최혜진(23)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전 첫날 상위권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혜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 라톤의 보카리오GC(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게인브리지 LPGA(총상금 200만달러) 첫날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를 쳐 공동 4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단독 선두 리디아 고(25·뉴질랜드)를 4타 차로 추격하며 우승 경쟁에 나섰다.
최혜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10승을 거둔 대표 강자다. 2018년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석권했고, 2019년에는 다승, 상금, 대상, 최저타수 등 주요 개인 타이틀을 휩쓸었다. 2020년에도 3년 연속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에는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지난달 LPGA 퀄리파잉(Q) 시리즈를 공동 8위로 통과해 올해 미국 무대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혜진은 지난 11일 미국 팜스프링으로 건너가 열흘 정도 날씨와 잔디에 적응하면서 스윙과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최혜진은 이미 LPGA 투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2017년 US 여자오픈과 2018년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 2020년 ISPS 한다 빅 오픈 등에서 2위에 올랐다. 특히 여고생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US 여자오픈에서 박성현(29)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해 예비 강자로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에서 새롭게 ‘루키’로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최혜진은 대회 시작 전 “긴장되고 설렌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력한 신인왕 후보답게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티샷 비거리는 258야드에 달했고 페어웨이 적중률 71.4%, 그린 적중률 77.8%를 기록했다. 18홀 동안 퍼터를 27번 사용하며 정교한 그린 플레이도 선보였다.
1번홀(파5)을 버디로 기분 좋게 시작한 그는 3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이후 버디만 5개 잡아냈다. 마지막 18번홀(파4) 역시 버디로 마무리하며 다음 라운드를 위한 모멘텀을 마련했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체력 훈련에 집중한 덕분인지 후반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샷감을 유지했다.
올 시즌 LPGA 투어 무대를 처음 밟은 루키들의 경쟁에서도 최혜진이 단연 돋보였다. 후루에 아야카(일본)는 3언더파 69타를 적어내 공동 25위로 1라운드를 마쳤고, Q시리즈를 1위로 통과한 안나린(26)은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 47위로 첫 단추를 무난하게 끼웠다. 퀄리파잉 시리즈 2위 폴린 루샹 부챠드(프랑스)는 공동 81위(1오버파)로 부진했다.
세계랭킹 3위 리디아 고는 보기 없이 버디만 9개 몰아치며 리더보드 최상단에 올라섰다. 그는 지난해부터 예전 기량을 완벽하게 되찾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주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한 대니엘 강(30·미국)은 선두와 2타 차 단독 2위다.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뽑아낸 이정은(25)이 최혜진, 하타오카 나사(23), 유카 사소(21·이상 일본) 등과 함께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쳤고 전인지(27)와 양희영(33)은 4언더파 68타, 공동 11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24·미국)도 4언더파를 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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