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떨어진 '유럽 기관차'…독일, 성장률 꼴찌

입력 2022-01-28 16:01   수정 2022-02-11 00:3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높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며 ‘유럽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이 ‘느림보(laggard)’로 전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거진 공급망 병목 현상이 주력 산업인 제조업을 강타하면서다.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께 팬데믹 위기에서 벗어나면 독일이 경제 기관차 지위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 중 최저 경제성장률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하위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작년 이탈리아와 프랑스 GDP가 각각 6.2%, 7.0%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EU 평균 증가율은 5%다. 미국도 지난해 GDP가 5.7% 늘었다. 강한 회복력을 보여준 독일 경제가 유럽은 물론 미국보다도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각국 경제는 2020년 마이너스 성장했다. 지난해는 사라진 1년을 되찾는 시기였다. 독일보다 2020년 경제 타격이 컸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빠르게 회복했다. 곧 팬데믹 이전 경제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독일은 예외다. 독일 정부는 여전히 많은 기업이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보험회사 악사의 질 모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독일 경제 상황이 상당히 좋았지만 지난해엔 반전됐다”고 했다.
◆자동차 등 제조업 직격탄
독일 경제를 흔든 것은 공급망 병목이다. 팬데믹 탓에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제조업에 집중한 국가들의 타격이 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일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보다는 낮지만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구권 국가보단 높다. 투자회사 베런버그의 살로몬 피들러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은 개방적 무역 중심 경제체제”라며 “다른 나라보다 공급망 붕괴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했다.

반도체난 탓에 자동차산업의 타격이 특히 컸다. 지난해 독일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310만 대에 그쳤다. 2019년보다 50% 줄었다. 독일은 자동차 기계 장비 등의 경제 의존도가 높다. 반면 프랑스 이탈리아 등엔 팬데믹으로 호황을 맞은 소비재 기업이 많다.

독일 가계 지출이 예상만큼 빠르게 늘지 않은 것도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지난해 3분기 가계 지출은 팬데믹 이전보다 2% 정도 적다. 민간 소비 심리가 가파르게 살아난 프랑스는 그 차이가 1% 미만이다. 영국 프랑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것과 달리 독일에선 환자가 연일 최대치로 치솟고 있다. 경제 회복 속도를 늦추는 또 다른 요인이다. 27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독일에서 확인된 확진자는 20만3136명이다.

고령층이 많아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것도 한계로 꼽힌다. 독일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 두 번째가 중국이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그 여파가 독일로도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병목 해소되는 내년 고성장 기대
독일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독일 로비업체 BDI의 요아킴 랭 대표는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중국 등 아시아 공장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올해도 공급망 회복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올라프 숄츠 총리가 국가 부채 절감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성장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팬데믹 영향이 사라지면 독일 경제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올해 독일 정부가 EU 회복기금을 통해 조달할 재정은 1074억유로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경제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공급난이 풀리고 있다고 답한 독일 기업이 증가한 것도 낙관적 전망에 힘을 보탰다. 유니크레디트는 독일 경제가 올해까진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더딘 성장을 보이겠지만 내년에는 공급 병목 문제가 해소되면서 이들 국가의 성장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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