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지더라도 산다"…기관들 LG엔솔 쓸어담는 이유

입력 2022-02-01 08:00   수정 2022-02-01 09:52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 중 일부는 기관을 원흉으로 지목한다. 매도 상위 종목도 삼성전자, 코스피200지수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인 코덱스(KODEX) 레버리지, SK하이닉스 등이었다. 한국 주식 시장 자체를 어둡게 봤을 때의 매매동향이다.

연초에는 작년말 구축했던 배당차익거래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 이후에는 ‘기업공개(IPO)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을 사기 위해 다른 종목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2조7006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그나마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2조2395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여 순매도금액이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설 연휴 직전 이틀동안 기관의 순매도금액의 대부분은 신규 상장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에 집중됐다. 이틀 모두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 1위였다.

지난달 한 달 중 가장 큰 순매수금액(1조8477억원)을 기록한 27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만 3조169억1000만원 어치를 사들였다. 나머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을 1조원 어치 넘게 팔아치운 셈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3.50% 급락해 2600선 초반까지 밀렸다.

기관도 할 말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자마자 시가총액 2위로 직행한 새내기 대형주다.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을 벤치마크로 설정한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에게는 꼭 확보해야 하는 종목이다.

포트폴리오에 LG에너지솔루션을 담은 뒤 주가가 하락해도 벤치마크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니 펀드매니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급등하면 최소한 같게 맞춰야 하는 벤치마크 수익률에 미달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일 경우 코스피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투자주체는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하기 위해 기존 포트폴리오의 4.7%를 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수 내 비중이 큰 종목일수록 조정해야 하는 폭이 커진다”며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1%포인트를, SK하이닉스는 0.2%포인트를 각각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105조3000억원으로 허 연구원의 가정과 비슷한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의 수급 쏠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월10일 코스피200 지수 편입기간까지 인덱스 및 배터리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편입에 따른 매수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27~28일 기관의 LG에너지솔루션 순매수금액은 3조1623억6400만원이다. 황 연구원이 예상한 LG에너지솔루션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2조~2조8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 기관의 수급이 쏠리기 이전에는 작년에 배당을 받기 위해 배당락일 직전일이었던 12월28일까지 사들였던 주식을 정리하는 매도세가 나타났다. 대부분 증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자체 자금으로 운용하면서 배당차익거래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차익거래는 연말 배당을 하는 종목의 주식을 사들인 대신, 주가 하락에 대비해 선물을 매도한 포지션을 말한다. 배당을 받을 권리를 확보한 뒤에는 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대거 매도하게 된다.

실제 금융투자(증권사)는 작년 12월21~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9170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이고, 코스피200선물을 1만7282계약 순매도했다. 배당락일인 같은달 29일부터 올해 1월11일까지는 현물주식 6조625억원 어치를 팔았고, 코스피200선물을 2만4092계약 순매수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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