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구조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 투자하고 전라도를 소외시켰다”고 했다. 자신의 소년공 시절을 언급하며 “초등학교를 마치고 성남 공장에 취직했더니 관리자는 경상도 사람인데 말단 노동자는 다 전라도 사람이었다”고도 했다. “부산공항은 국가 돈으로 지어주면서 광주공항은 ‘네 돈으로 해라’ 하면 안 될 것”이라며 “아들딸들에게 전화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이 후보는 당초 경기지역 순회를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쫓겨난 것을 보고는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 급히 광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그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쏟아낸 원색적인 지역감정 조장 표현들은 과거 정치인의 구태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역대 선거마다 막판이 되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지역감정을 부추겨 판세를 흔드는 일이 적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망국병’이란 말까지 나왔겠나.
그래도 1997년 호남 출신 김대중 대통령 당선과 호남 기반의 민주당이 두 차례 더 집권하면서 지역감정은 서서히 완화돼 왔다. 대신 진영·계층·세대·젠더 갈등이 더 문제가 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사그라드는 ‘선거 적폐’에 다시 불을 붙이고 나선 것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이를 두고 “불량한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이용하는 지역감정에 속아 우리는 40년을 허비했다”는 야당 대표의 비판이 일리 있게 들린다.
이 후보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작년 7월 대선 출마 선언차 고향 안동에 가서는 “영남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후보 경선 때는 “백제·호남쪽이 한반도를 통합한 적이 없다”고 해 풍파를 일으켰다. 작년 12월 전북 지역 순회에선 “전북이 더 이상 소외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호남 내 전북 소외론’까지 꺼내 들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과 세계 5대 강국을 비전으로 내건 대선 후보가 여기저기서 지역감정이란 ‘흘러간 유행가’를 틀어대서야 되겠는가. 정치가 사회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표에 눈멀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구태를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