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폭증·M&A 활황·기업 신산업 진출…대형로펌에 일감 쏟아져

입력 2022-01-28 16:22   수정 2022-01-29 01:06


로펌들이 고속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광장과 태평양의 2위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율촌·세종·화우·지평 등도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한동안 인수합병(M&A) 등 기업 투자 관련 법률자문 분야가 대형 로펌의 ‘격전지’였다면,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 대응 관련 자문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뜨거워진 ‘덩치 키우기’ 경쟁
2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10대 로펌의 지난해 매출은 총 2조99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10대 로펌은 지난해 한 곳도 빠짐없이 성장세를 보이며 치열한 확장 경쟁에 나섰다.

특히 광장과 태평양의 2위 다툼이 불꽃 튄다. 광장은 지난해 매출 3658억원을 올리며 태평양(3623억원)을 제쳤다. 광장은 2019년, 태평양은 2020년에 매출 2위를 번갈아 차지하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태평양 측은 “특허법인과 해외 사무소 실적까지 합치면 3857억원의 매출을 거둬 광장을 앞섰다”고 설명했다.

4위 율촌을 넘보는 5위 세종의 추격도 거세다. 세종은 매출(2671억원)을 전년보다 17.9% 늘리며 율촌(2688억원)과의 격차를 17억원으로 바짝 좁혔다.

세종은 강점인 지식재산권(IP) 분야를 포함해 M&A, 대체투자,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르게 성과를 냈다. 이에 대해 율촌 측은 “2월부터 다음해 1월인 우리 회사 결산 기준으로 따지면 2021년 회계연도 매출은 2730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세종 측도 “해외 사무소 실적까지 합친 매출은 2701억원이기 때문에 율촌과 큰 차이는 없다”며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화우와 지평의 약진도 돋보였다. 화우는 지난해 매출 2002억원을 내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 2000억원 클럽’에 진입했다. 지평(1050억원)도 연매출 1000억원 벽을 뛰어넘었다. 지평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19.4%로 매출 1000억원 이상 상위 7개 로펌 중 가장 높았다.
M&A 등 기업자문이 성장 이끌어
최근 대형 로펌들의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으로는 M&A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률자문이 꼽힌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로펌인 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이 자문을 맡은 M&A(경영권 인수 거래·발표 기준) 규모는 총 77조9951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엔 조(兆) 단위 거래가 쏟아지면서 그 어느 해보다 수임 경쟁이 치열했다. 김앤장은 거래규모가 1조원 이상인 M&A 자문만 10개 이상을 맡았다. MBK파트너스의 두산공작기계 매각(2조4000억원), 하이브의 이타카홀딩스 인수(1조1200억원) 등을 자문했다.

광장은 넷마블의 글로벌 소셜카지노업체 스핀엑스 인수(2조5130억원), 베인캐피탈의 보툴리눔톡신 제조업체 휴젤 매각(1조7000억원) 등에 참여했다. 태평양도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4조4403억원), 칼라일그룹의 투썸플레이스 인수(1조원) 등에 이름을 올렸다.
중대재해법 자문 급증할 듯
로펌업계에선 올해도 기업들의 법률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규제 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익 편취 규율 대상을 확대하고, 기업 간 정보 교환을 제한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작년 말부터 시행된 것도 법률자문 증가 요인이다. 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기업들의 법률자문 수요가 이어지면서 법률 시장에서 로펌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로펌 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8월 말 기준으로 인가를 받은 법무법인은 총 1367개, 국내 로펌 시장 규모는 6조원대로 추정된다.

이 중 국내 10대 로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깝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최근 로펌업계에서는 다양한 법률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적지 않은 로펌이 생존을 위해 규모를 키우려고 하지만, 이에 실패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최진석/차준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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