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8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천과 관련 "올해 신청해서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등재 실현의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반발과 심사 탈락 가능성 등을 고려한 추천 보류 기조에서 강행으로 바뀐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추천 시한인 다음 달 1일 각의(우리의 국무회의 격)를 열고 승인 절차를 거쳐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보낼 예정이다.
이후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ICOMOS·이코모스)가 현지 조사를 포함해 약 1년 반 동안의 심사를 하고, 내년 6~7월경에 사도광산의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는 이유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한일 외교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 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카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면서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일본이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에서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설명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이와 관련 세게유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시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도 광산은 에도(江戶) 시대(1603년~1867년)부터 금 생산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태평양전쟁(1941~1945년) 기간에는 철과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됐고, 이 시기에 조선인이 사도 광산에 대거 동원됐다.
사도 광산에 동원된 조선인을 연구한 히로세 데이조(廣瀨貞三) 일본 후쿠오카(福岡)대 명예교수는 작년 10월23일 공개한 자료에서 "적어도 2000명 정도의 조선인이 동원됐다"고 추정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를 피하기 위해 사도 광산 세계유산 추천서에서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까지로 한정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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