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전화와 문자가 부쩍 다양·교묘해지고 있다. 기존엔 '김미영 팀장' 불법대출 광고 등이 성행했다면 이젠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이나 여론조사 유형 스팸이 늘어난 식이다. 쓰지 않는 명절 선물을 중고로 거래한다며 사기를 치는 중고사기형 스팸도 증가세다.
스팸차단 앱 후후를 운영하는 후후앤컴퍼니의 허태범 대표는 "연말연시, 코로나19등 사회적 상황에 따라 스팸 유형이 달라진다"며 "현재 추이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설문조사 유형 스팸이다. 대선을 앞두고 설문조사가 늘어난 영향이다. 작년 4분기 이 유형 스팸 신고건수는 7만3000여건으로 전 분기 대비 신고건수가 96% 늘었다. 후후앤컴퍼니는 "올 상반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설문조사 유형 스팸이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원금이나 고용장려금 등 각종 지원금 안내를 따라한 스팸도 증가했다. 이를 비롯한 기타 유형 스팸은 작년 4분기 39만5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46%,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3% 상승한 수치다.
후후앤컴퍼니는 "기타 유형 신고 건수가 월평균 8만건 수준이었지만 작년 11월 13만4000여건, 12월에는 17만8000여건까지 증가했다"며 "오미크론 확산 등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각종 지원금 관련 스팸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고사기 스팸도 늘고 있다. 작년 4분기 8000여건으로 직전 분기 대비 36% 많아졌다. 지난달에만 4000여건 신고가 접수됐다. 코로나19 와중 연말연시에 비대면으로 모바일 쿠폰을 선물하는 이들이 늘면서 사용하지 않는 쿠폰을 되파는 경우도 늘었는데, 이에 따라 사기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전화 서비스 00700을 운영하는 SK텔링크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 오스트리아, 벨기에, 러시아 등이 새로운 주요 국제 스팸 발신국으로 떠올랐다. 그간 국제 스팸 발신국 1위였던 사모아에 대해 국제 통신 중계사업자들이 적극 스팸 차단에 나서자 범죄자들이 스팸 발신국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링크는 작년 한 해 00700을 통해 656만건 국제 스팸을 차단했다. 전년(386만건) 대비 차단량이 1.7배 늘었다.
SK텔링크는 작년 국제전화 스팸발신 1위 국가가 통가(국가번호 676), 2위는 미얀마(국가번호 95)라고 밝혔다. 각각 전체 스팸 비중의 13%, 10%를 차지했다. 남태평양 섬나라인 사모아에 대한 스팸 단속이 늘자 인근 통가로 스팸 발신처가 옮겨간 모양새다. 미얀마는 작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현지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취약해진 치안 상태를 틈타 스팸 발생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스팸 단속이 어려워진 유럽 곳곳도 주요 국제 스팸 발신국이 됐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에서 발신한 스팸 전화가 늘었다.
SK텔링크는 "국제스팸 패턴도 지능화되고 있다"며 "기존엔 1개 발신번호로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스팸호를 내보냈지만, 최근엔 국제 통신 중계업자들의 스팸호 차단을 교란하거나 대응 시간을 늦추기 위해 다수 번호를 활용하는 발신 패턴이 늘었다"고 했다.
이용자들이 전화나 문자에 회신하기 전 스팸 여부를 확인하라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SK텔링크 관계자는 "'676', ‘95’, ‘679’, '685', ‘881’ 등 생소한 번호가 붙은 부재중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 ‘원링 스팸’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화를 되걸기 전 검색을 통해 전화번호의 국가 코드를 확인하고, 실수로 전화를 걸었다면 바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전화가 끊겼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문자 내용 중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주소(URL)는 클릭하지 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함부로 설치되지 않도록 스마트폰의 보안설정을 강화하는 것도 스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의 스팸 차단 기능을 활용해 자주 오는 스팸 문구를 등록하거나, 통신3사가 운영하는 스팸차단·신고용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면 불법 스팸을 일부 걸러낼 수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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