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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는 억만장자 거리(Billionaire's Row)라는 곳이 있습니다. 센트럴 파크 사우스와 57번스트리트에 있는 건물들이 있는 곳인데요. 뉴욕이 얼마나 호화롭고 부유한 도시인지를 대표하는 지역입니다.
432 파크 에비뉴와 220 센트럴 파크 사우스를 비롯해서, 센트럴 파크 타워, 원57 등이 억만장자 거리에 속합니다. 대부분이 300미터 이상으로 맨해튼에 처음 와서 "저 얇고 높은 건물은 뭐지?" 궁금해지는 건물이 보인다면 대부분 이 억만장자 거리에 속한 건물일 겁니다.
억만장자 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기 있는 아파트들의 평균 가격이 수백억원이고, 펜트하우스 등은 수천억원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여기 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얼마에 집을 사고 팔았는지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에서 다룰 정도입니다.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는 헤지펀드 매니져인 억만장자 켄 그리핀입니다. 그리핀은 220 센트럴 파크 사우스에 2억3800만달러(2865억원)짜리 펜트하우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9년 1월 거래 당시 가격으로, 전국 아파트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에 억만장자 거리의 집들은 엄청난 미움도 받고 있습니다.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사방으로 난 창문으로 놀라운 센트럴파크 전망과 맨해튼 뷰를 즐길 수 있지만 이 건물이 빛을 가리고, 그림자는 센트럴파크까지 이어져 일반 뉴요커들은 불편함을 겪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실제 구매자들이 뉴요커가 아니라는 점도 미움을 받는 한 이유입니다. 억만장자 거리에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직접 여기에 살기보다는 여러 집 중 한 채가 여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유한 외국인들이 해외에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이곳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거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물 중 하나는 센트럴 파크 타워인데요. 압도적인 높이로 눈에 들어옵니다. 이 건물의 높이는 1550피트 (472m)로 주거용 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지난해 말 완공돼 억만장자 거리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뉴욕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센트럴파크 사우스 220 바로 뒤에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바로 센트럴 파크와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센트럴파크 사우스 220 뒤, 그러니까 센트럴 파크 한 블록 뒤에 있는 건데요. 이 때문에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가격 상승도 더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초호화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을 때도 센트럴 파크 타워는 그만큼의 가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거래액은 300억달러(약 35조 8950억원)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부동산 계약 건수 역시 1만6000건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지난해 센트럴 파크 타워 109층 아파트는 4800만달러에 팔렸는데요. 원래 7810만달러에 나왔지만 가격이 많이 조정된 채 거래된 겁니다. 이 아파트보다 3층 위에 있는 비슷한 평형의 물건도 6300만달러에 나왔지만 결국 4080만달러에 팔렸습니다. 물론 계약된 달에는 뉴욕에서 팔린 가장 비싼 아파트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연간으로 하면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미국 감정평가회사인 밀러 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억만장자 거리는 뉴욕에서 최고의 입지이지만 센트럴 파크와 바로 붙어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체 얼마면 이 건물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홈페이지에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나와있는 물량 중 가장 비싼 집은 3397만달러(약 405억원)짜리 아파트입니다. 여기에 매달 내야 하는 공동 관리비(6107달러)와 세금(1만804달러)을 합치면 2000만원이 넘습니다.
이 집은 침실 4개. 화장실이 4.5개로 나오는데요. 이건 욕실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bathroom)이 4개고. 샤워를 할 수 없는 세면대와 변기만 있는 파우더룸을 0.5개로 친 것입니다.
현재 매수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집은 745만달러입니다. 방이 2개, 화장실은 2.5개인 아파트입니다.
센트럴파크 타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는 수영장, 헬스장 등이 갖춰져 있고 퍼스널 트레이닝, 개인 수영 강습도 제공됩니다. 센트럴파크 타워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주상복합 건물인데요. 건물 하단에서 노드스트롬 백화점이 입점돼 있습니다. 그만큼 생활 편의 시설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억만장자 거리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팬데믹으로 맨해튼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과 렌트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시장은 이와 반대로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맨해튼에서 렌트비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맨해튼 렌트 중앙값은 지난해보다 16% 올라서 347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도어맨이 있는 건물을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도어맨이 있는 건물의 렌트 중앙값은 4298달러로 지난해보다 23%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도어맨이 없는 건물은 7.8% 오른 269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때문에 도어맨 없는 건물의 렌트 가격은 여전히 2019년 가격보다 낮습니다.
맨해튼 렌트 시장은 최근 반등하고 있습니다. 공급이 타이트하고, 재고는 지난해 12월보다 81%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공실율은 1.7%로 떨어졌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이번 달 새로운 리스 물건이 39% 줄어든 것도 렌트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밀러 CEO는 "팬데믹 기간동안 고급 주택의 집주인들은 렌트 가격을 할인을 해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없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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