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내 친 김종인으로 꼽히는 두 사람이 일명 '김종인 모시기'에 나선 모습이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여러 가지 애정과 호감을 갖고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있고 정권교체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정치인 이재명 후보에 대해 적대심을 갖거나 나쁜 인연이 있지 않다"고 운을 띄웠다. 박용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일 때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실제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재명 후보와의 사이는 나쁘지 않다. 이재명 후보가 2016년 성남시장이었을 때,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법에 반대해 11일간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진행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있었으며, 이 후보를 간곡하게 만류하면서 단식을 중단시킨 바 있다. 최근 김 전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때 일화를 직접 거론하며 "(이재명) 본인이 만나보겠다고 하면, 만날 수는 있다"며 만남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김 전 위원장과 '25년 지기'인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나섰다. 손 전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과 자주 뵙고 전화를 하는 사이"라며 "저야 이 후보 장점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김 전 위원장에게 '이재명을 도우셔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선 "이 분을 모셔가면 분명히 도움 되는데, 절대 안 가실 것"이라면서도 "당 밖에서 정책 관련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말렸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제가 (김 전 위원장과) 25년 동안 알고 지냈는데, 윤석열 후보는 조금 김 전 위원장이 좋아하는 취향이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 후보에게 김 전 위원장을 만나봤자 좋은 소리는 못 듣는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선 "그건 이 대표가 겁나서 그런 거다. 김 전 위원장이 이 후보를 도우면 판이 바뀔 걸 뻔히 알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좋은 소리 들으려고 이분을 모시는 게 아니지 않냐. 이 나라가 가야 하는 방향이라든지, 정책적인 부분에서 같이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걸 윤 후보는 거부한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도 김 전 위원장과의 회동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역량 있는 정치계의 어른이셔서 자주 연락드린다. 연락을 드리면 필요한 조언도 해주시고 가야할 길도 제시해주신다"며 "(김 전 위원장을 만나는 게)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힘들긴 한데 기회가 될 때 찾아뵙는 게 도리일 것 같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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