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런 헛소리는 빨리 사라질수록 시장에 유익하다."
ㅡ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수석상품전략가
"장난으로 만들어졌고, 유통량에 제한이 없는 도지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ㅡ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호감을 높이는 '마스코트'인가, 한탕주의를 부채질하는 '교란자'인가. 쓰임새는 없는데 귀여워서 주목받는, 이른바 밈(meme) 코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1일 오후 6시 기준 도지코인 시가총액은 189억달러로 전체 암호화폐 중 11위를, 시바이누는 시총 119억달러로 14위를 차지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장에 접어든 가운데 밈 코인이 빠진 조정의 골은 유독 깊었다. 도지코인 가격은 0.143126달러로 지난해 5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에 비해 80% 떨어졌다. 시바이누는 0.00002184달러로 작년 10월 최고가 대비 75%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투 더 문(to the moon)'(한국의 '가즈아'와 같은 뜻)을 외치며 밈 코인으로 몰려들었지만, 올해 들어 '땅으로 추락하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밈 코인의 대표주자는 시바견 캐릭터를 나란히 앞세운 도지코인과 시바이누다.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적극적 지원으로 유명해졌고, 시바이누는 '도지코인 킬러'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성장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밈 코인 급등의 원인으로 금세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 주요 투자중개 업체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소문 등을 들었다. 반면 실제 사용처가 전혀 없다는 점은 가격 상승을 정당화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는다.
밈 코인의 경쟁력은 친근함이다. 후오비그룹이 미국 성인 남녀 31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크립토 퍼셉션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밈 코인은 인지도 면에서 주요 암호화폐를 압도했다. 비트코인을 들어봤다는 응답자가 83.46%으로 가장 많았고 도지코인은 2위(54.10%)를 차지해 이더리움(39.41%)을 눌렀다. 시바이누(28.31%)는 4위에 올라 바이낸스코인(20.93%), 테더(19.47%) 등을 제쳤다. 후오비 측은 "블록체인 열성 지지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솔라나, 카르다노 등이 대중적으론 오히려 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지코인과 시바이누가 뜨자 아키타이누, 허스키, 핏불 등 견종 이름을 딴 암호화폐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도지코인 아들'을 자처한 베이비도지도 반짝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희소성과 기술력 면에서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밈 코인의 공통된 한계다. 비트코인은 최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으며 이더리움은 디파이(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양한 블록체인 응용 서비스를 구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밈 코인은 단순 결제수단 정도로 용도가 한정된 데다 수량이 무한정 불어나는 구조다. 이날 기준 도지코인의 유통량은 1326억7076만 개, 시바이누는 589조1483억6523만 개에 이른다.
벤징가는 밈 코인의 향방이 "얼마나 더 많은 상점이 결제수단으로 채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극장 체인 AMC는 올해부터 도지코인과 시바이누로 영화표를 살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온라인 쇼핑몰에서 도지코인으로 일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에 "맥도날드가 도지코인을 받아들인다면 TV를 보면서 해피밀을 먹겠다"는 글을 남겨 패스트푸드 업계를 자극하는 등 도지코인 띄우기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실제 인물인 조던 벨포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블루칩에 비유하면서도 도지코인, 시바이누 등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혹평했다. 밈 코인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도지코인과 시바이누 개발자는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밈 코인을 지나치게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카르다노 창시자인 찰스 호스킨슨은 "도지코인과 시바이누의 가치는 이미 수백억 달러"라며 "나라면 이 코인을 활용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를 생각하겠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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