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58시간 만에 사망사고…삼표 수사 어떻게 진행될까

입력 2022-01-29 20:29   수정 2022-01-30 07:13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8시간 8분만에 사망 산재 사고가 터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대재해로 보인다. 1호 사업장 불명예를 안게 된 삼표산업에 대해 어떤 수사가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용부는 29일 10시 8분경 경기 양주시 소재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작업자 3명이 매몰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부는 해당 작업장이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이라고 확인하고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삼표산업, '전력' 탓에 강도 높은 수사 받게 될 것
작업자 3명이 매몰된 삼표산업 양주 사업소 현장은 이 모씨가 대표자로 있으며 근로자가 53명인 작은 규모의 사업소다. 하지만 사업소는 사실상 현장으로 취급 받기 때문에 사업소장 이 씨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지게 되고 중대재해법상 책임은 삼표산업의 경영책임자가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표그룹에 속해 있는 삼표산업은 윤인곤, 이종신 씨를 대표이사로 두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삼표산업이 단독으로 작업중이었던 사업인만큼 두 대표이사 중 한명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을 받는 경영책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가 들어올 경우 삼표산업 측에 유리할 상황은 별로 없다. 삼표그룹의 '과거' 산재 사망 사고 이력도 그리 좋지 못하다.

삼표는 지난해 3월에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후진하던 굴삭기에 치여서 사망한 적이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2020년 5월에도 기계에 끼인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이 사망했고, 7월에도 추락 사망하고가 있었다. 당시 삼표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작업라인도 중단하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21년 3월 사고 이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을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으로까지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한 바 있다. 감독 결과 무려 471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돼 4억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후 삼표시멘트 문종구 대표는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했고, 150억원을 투입해 작업환경을 안전하게 바꾸고, 구체적으로 작업장 시설물에 70억원을 투입했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바뀐건 없었다.

이런 삼표의 '전력'은 중대재해법 적용에 있어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도 ”지난해 2건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체에서 다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하다"며 철저 수사를 다짐했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 A는 "작년에도 사망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삼표가 중대재해법 4조 1항 2호에 해당하는 '재발방지대책'을 세웠는지가 문제될 것"이라며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입증하는게 관건이 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재발방지대책을 세웠는지는 삼표산업 경영책임자 등이 지게 될 형사처벌이나 삼표산업이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 책임등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에 대해선 재발방지대책은 법 시행 이후에 대한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세종 김동욱 변호사는 "재발방지대책은 과거 사고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재해 발생 이후 미래를 향한 대책 마련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법해석을 두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1호 사업장이라는 상징성이 갖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고용부는 최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해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경찰 역시 고용부와 중대산업재해 관할 경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존재감을 강조하기 위해 강한 수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영책임자 의무위반 확인에 총력…본사 압수수색 불가피"
중대재해 대응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삼표산업이 중대재해법상 처벌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위험성평가'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작업 장소와 관계된 유해·위험요인'으로 '토사 무너짐 우려' 등을 명시적으로 들고 있다. 경영책임자 등이 찾아내고 챙겼어야 할 전형적인 과제였다는 의미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산안법상 정한 구체적인 의무 중 어떤 의무를 위반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며 "먼저 해당 사업장의 책임자 및 관리감독자 안전의무자의 의무 위반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이고, 그 다음이 경영책임자의 위반 여부 확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가 현재 현장을 위주로 산안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정 변호사는 이어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는 유해·위험요인 확인하고 있었는지, 현장책임자 안전관리자가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관리하고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본사 압수수색에 빠르게 착수하고 포렌식 등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산업안전보건 관리자는 "경영책임자 책임 중 가장 큰 것은 현장의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다"라며 "파악하지 못했으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못 갖춘 것이고, 파악하고 있음에도 방치했으면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고 방지해야 할 의무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경우의 수에 따르더라도 의무위반은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본사 압수·수색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광주 건물 붕괴 사고로 물의를 빚은 HDC현대산업개발도 본사 5곳과 자재 납품 업체, 설계회사까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 고용부도 전격적인 수사 착수를 공표한만큼 삼표도 본사 외에 필요한 현장에 대해서 곧바로 압수·수색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모두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중대재해법 적용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하루이틀 만에 준수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위반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반기1회로 규정돼 있는 것은 중대재해법 시행 3일째이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빠르게 법위반 사례가 나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중대재해법을 강화하라는 의견이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표도 현재 사건을 대응할 로펌 등 전문가 집단을 급하게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번 사고의 파장은 여러모로 사회적으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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