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 먹잇감…친환경주는 왜 공매도 표적됐나

입력 2022-02-02 09:26   수정 2022-02-02 09:43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친환경주에 대한 공매도 공략에 나섰다. 금리 상승기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친환경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풍력터빈업체 노르덱스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은 1년 전 0.79%에서 최근 7% 이상으로 치솟았다. 뉴욕에 본사를 둔 자산규모 약 520억 달러의 글로벌 헤지펀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AKO캐피털, 글래드스톤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이 노르덱스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노르웨이 수소기술그룹 넬에 대한 공매도 비중은 1년 전 1.8%에서 최근 7.8%로 급등했다. 브레이크 아웃 포인트에 따르면 헬리콘 인베스트먼트, 오데이자산운용, 월드퀀트 등은 넬에 대해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다. 넬의 주가는 3년 전 주당 5노르웨이크로네(NKr) 수준이었지만 작년 1월에는 35NKr 수준으로 올랐다. 현재는 하락해 11NKr 수준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시계를 앞당기자 친환경주들은 공매도 표적이 됐다.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하지만 당장 수익성은 약한 기술주들이 금리 상승 국면에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할 거라 본 것이다.

오데이자산운용 측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수소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수소 관련 기업 중에는 "경제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할 기업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넬은 손실을 내고, 현금을 많이 소비하고, 중요한 계약이나 파트너십을 체결하지 못하고, 중기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런던 소재 오데이자산운용은 1991년 억만장자 크리스핀 오데이가 설립했다. 30억달러 넘는 자산을 운용 중이다.

배리 노리스 아르고너트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약세장에서는 기업이 도덕적으로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이익의 60배 수준에 거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르고너트 캐피털은 최근 덴마크 풍력 터빈 제조업체인 베스타스 윈드 시스템에 대해 공매도 비중을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라는 초유의 사태는 유동성 장세를 초래했다. 각국이 긴축 기조에 접어드는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노리스는 "우리는 약세장에 진입하고 있고 투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숫자로 증명하지 않으면 친환경 테마만으로는 주가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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