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상대의 허락을 받고 집까지 드나든 남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징역형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1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주거침입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불안감 유발 문언 등 전송)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벌금 500만원 선고를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12월 불륜을 목적으로 B씨의 아파트에 들어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의 남편은 집을 비운 상태였다.
A씨는 이듬해 6월 불륜 관계가 탄로나자 B씨의 남편에게 총 42차례에 걸쳐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 메시지와 화상을 반복적으로 보낸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인 남편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A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500만원으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주거침입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지만, A씨가 B씨의 남편에게 보낸 메시지는 B씨와 있었던 일을 저속하게 묘사하거나 B씨 남편을 조롱한 내용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취지에서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검찰의 상고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2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검찰이 문제 삼지 않은 주거침입 혐의 유죄 판결도 무죄로 뒤집었다.
이 같은 판단은 공동거주자 가운데 일부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외부인이 집에 있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주거지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가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당시 부재중이던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면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기 전 법리에 따라 주거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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