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거래소 예치금이 작년 연말까지 세달간 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에 가속이 붙으면서 암호화폐를 비롯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직접 암호화폐를 채굴해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채굴기 구입건수는 작년 16.2배 급증했다.
2일 금융위원회가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예치금은 지난해 말 기준 7조631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의 유예기간이 끝난 지난해 9월24일(9조2000억원)보다 17.1%(1조569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별 예치금은 업비트 5조9120억원(77.47%)으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빗썸은 1조4536억원(19.04%), 코인원 2963억원(3.88%), 코빗 691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비트코인은 신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11월9일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당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된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로부터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는 Fed의 통화 긴축 이슈가 불어질 때마다 나스닥100 지수와 빠르게 동조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원가를 훌쩍 웃돌자 직접 채굴해 장기보유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굴기 수입 건수는 2020년 28건(2000만 원)에서 지난해 453건(2억1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6.2배 급증했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수입된 채굴기의 금액만 60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트코인의 생산원가는 작년 연말 기준 2만6228달러로 추산된다.
이 의원은 “암호화폐 채굴기 한 대당 전기세가 일반 가정 전기세의 3~4배에 달한다”며 “탈원전 정책 등으로 인해 전력 수급에 위기감이 있는 만큼 암호화폐 채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도 증가했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4대 거래소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은 총 286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24건, 2020년에 30건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32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 7.7배 상승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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