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반도체 기술 다른 나라에 종속 안된다"

입력 2022-02-02 17:51   수정 2022-02-03 01:1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독일 정부가 ‘기술 주권’을 이유로 자국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기판 소재) 생산업체인 질트로닉의 매각을 불허하면서 ‘반도체 칩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앞서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는 43억5000만유로(약 5조9044억원)에 질트로닉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지난달 31일 마감되는 글로벌웨이퍼스의 질트로닉 인수 승인 기한을 넘기며 양사의 인수합병(M&A)을 막았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일본 신에츠에 이어 300㎜ 웨이퍼를 생산하는 세계 2위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필요한 검토를 모두 완료할 수 없었다”며 중국 당국의 반독점 승인 검토 기간이 길어진 것을 비판했다.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달 21일 양사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하지만 CNBC는 독일 정부가 합병에 제동을 건 이유로 ‘기술 주권’을 꼽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주로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아시아와 미국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고 있다. 2016년 독일의 로봇공학 회사인 쿠카가 중국 전자업체 메이디에 매각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가속화하자 첨단기술을 둘러싼 독일의 위기감이 커졌다. 컨설팅회사인 미래혁신센터의 아비슈어 파라카시 공동설립자는 “유럽 정부는 반도체 회사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로봇, 우주산업 등 미래 산업에선 첨단 반도체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나라에 종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국제적으로 ‘칩 전쟁’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00억달러 규모인 미국 엔비디아와 영국 ARM의 M&A도 사실상 무산될 처지에 몰렸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이 지연되면 엔비디아 측이 ARM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A에 실패한 글로벌웨이퍼스는 질트로닉에 5000만유로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오는 6일 대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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