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커다란 선글라스를 쓴 여성들은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다. 안경이 화려한 보석 등으로 가득 꾸며진 까닭에 렌즈 저편의 눈을 볼 수 없는 것. 안경에 그려진 도상을 통해 그림 속 주인공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렌즈에 비친 시선을 따라 가보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연들, 신화의 한 장면, 사랑의 단어 등을 마주하게 된다. 이 같은 도상들은 인간의 희망과 욕망을 읽어낸다.
이번 전시에선 안경을 쓴 주체를 인간으로 한정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코끼리와 부엉이 등도 화려한 안경을 쓰고 있다. 화려한 소비재로 장식된 안경은 인간의 마음속에 담긴 욕망을 비추는 거울로 작동한다.
이번 전시에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실드 스마일 트렁크’ 시리즈 10여 점을 포함해 대표작 30여 점을 내놨다. 전시 작품의 70%는 선판매된 상태다. 실드 스마일 트렁크는 19세기에 제작된 빈티지 트렁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로, 미지의 세계를 향한 설렘을 담았다.
김 작가는 서울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쾰른, 런던, 도쿄 등에서 200여 차례 전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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