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부장판사 강민성)는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우조선은 국민연금에 515억원을 지급하고 이 가운데 약 221억원은 외부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청구한 금액(약 736억원)의 70% 수준이다.
재판부는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 등에 포함된 재무제표, 사업보고서에 첨부된 감사보고서는 채권발행 회사의 재무 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라며 “국민연금이 회사채를 취득할 때 재무제표를 참고하는 건 충분히 예견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채 매수와 분식회계 사이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은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대우조선 회사채 3600억원어치를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사들였다. 이후 대우조선이 2012~2014년 실적 등을 부풀린 게 드러나면서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국민연금은 보유 중인 회사채 중 20억원어치를 15억원에 매도했고, 나머지 3580억원어치 중 절반인 1790억원가량은 출자전환을 거쳐 주식으로 보유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이 주식을 팔았지만 회수 금액은 991억원에 그쳤다.
국민연금과 똑같은 일을 겪은 다른 기관도 줄줄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중순 열린 재판에서 승소해 손해배상금 110억원을 받게 됐다.
지난해 진행된 주식 투자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선 “대우조선과 딜로이트안진이 450억원을 기관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기관들이 분식회계와 관련해 낸 모든 소송에서 이긴다면 대우조선과 딜로이트안진이 부담할 배상금은 총 1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법원은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았던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DB금융투자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상당한 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식회계로 재무제표 중 중요 사항이 거짓 기재된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증권사들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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