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는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중국의 감산을 BDI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4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지난해 쇳물 생산량을 4%가량 줄였다. 올림픽 기간 중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여기에 철광석 산지인 브라질에서 작년 11월부터 폭우가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을 빚은 것도 운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브라질 호주 등 주요 원자재 항로를 운항하는 초대형 벌크선 케이프사이즈급의 하루 평균 수익은 지난달 21일 기준 2435달러에 그쳐 작년 말(1만6514달러)보다 86%나 급락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같은 기간 이보다 작은 파나막스, 수프라막스급의 하루 평균 수익 감소폭은 30% 수준에 그쳤다”며 “대형선 비중이 클수록 실적 하락세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운임 강세로 2008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 영업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벌크선사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은 연초부터 때아닌 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특히 팬오션은 전체 선대의 96%가 벌크선으로 구성돼 있으며 절반 가까이가 케이프사이즈급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팬오션의 주가는 4915원으로 작년 6월 최고점 대비 45%가량 하락했다.
반면 컨테이너선 운임은 미국, 유럽 내 주요 항만 적체가 장기화하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 5010.36을 기록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900선에서 5배 이상 폭등했다.
업계는 1분기 이후 생산 차질과 항만 적체 등이 해소될 경우 벌크선 운임도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1분기 이후 물동량이 안정을 찾으면서 벌크선 운임이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지역 봉쇄 등 변수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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