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재 에디스바이오텍 대표 "대장암 전이 막는 신약 도전"

입력 2022-02-02 17:18   수정 2022-02-03 01:38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5명으로 세계 1위다. 대장암 치료의 예후는 전이 여부에 달려 있다. 만약 전이가 없고 조기 발견해 수술로 완전히 떼어내면 80~90% 환자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이 20%에 못 미친다. 전이율은 약 30%로, 전이를 막는 것이 대장암 치료 예후를 개선하는 ‘열쇠’로 볼 수 있다.

명승재 에디스바이오텍 대표(사진)는 2일 “대장암의 전이를 막을 수 있는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했다”며 “올해 전임상(동물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실험에선 사람에게 약물을 시험하기 앞서 독성과 효능을 평가할 수 있다.

에디스바이오텍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인 명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신약 벤처기업이다. 명 교수는 소화기내과 전문의 25년차 대장암 전문가다.

이 회사의 신약 후보물질 ‘ED1’은 대장암에서 분비돼 전이를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바이오마커)에 대한 중화항체다. 명 대표는 “문제의 단백질이 대장암 전이를 일으키기 전에 ED1이 먼저 달라붙어 무력화시키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이를 유발하는 이 단백질은 대장암 환자 중 80~90%에게서 발견된다”고 했다.

명 대표는 설립 초기 대장암 전이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활용해 암 진단 기술을 개발하려 했다. 전이 유발 단백질을 환자 피에서 검출할 수 있다면 조직을 떼어내야 하는 조직검사 없이도 손쉽게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에서였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 전이 유발 단백질이 혈액에는 많지 않아 피만 뽑아선 진단이 어려웠다. 결국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명 대표는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전이 유발 단백질을 바이오마커이자 표적으로 삼아 신약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오마커란 특정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 등을 가리킨다. 에디스바이오텍은 이 단백질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 후보군을 확보해 효과가 가장 뛰어난 항체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에디스바이오텍이 바이오마커를 먼저 확정한 뒤 신약 개발에 나선 것을 차별화된 강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바이오마커 유무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도 하고, 신약 심사 단계에서 바이오마커를 요구하는 허가당국도 있다. 상당수 신약 개발사는 효능 있는 약물 연구를 먼저 하다가 뒤늦게 바이오마커를 찾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윈베스트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총 62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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