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로 돌아가서 지금 상황을 보면 매우 비현실적이다. 소니의 왕좌는 삼성전자가 차지한 지 오래다. 외제차 타다가 현대차로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한국의 음악과 영화, 드라마는 글로벌 시장의 중심축이 됐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되자마자 각국 넷플릭스 순위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웹툰의 세계적 확산은 만화란 단어를 옥스퍼드 사전에 등록되게 했다. 제약사 가운데서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조짐이다.
은행의 시대는 1997년 외환위기로 막을 내린다. 한 증권사 사장은 “과거 대기업은 은행이 키웠지만 유니콘 기업은 자본시장이 일궈냈다”고 했다. 증권사, 사모펀드(PE), 주식시장이 2000년대 이후 은행의 역할을 이어받았다. 크래프톤은 국내 사모펀드의 투자로 위기를 넘기고 게임업계 강자가 됐다.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등은 상장을 통해 돈을 끌어모아 성장했다.
요즘 한국 사회는 자본시장에서 젖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충돌을 경험하고 있다. 물적분할이 대표적 사례다. 다시 대기업이 무대에 등장했다. 이들은 신사업을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물적분할과 상장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마침 주식시장도 뜨거웠다.
대기업들도 사정은 있다. 과거 은행과 함께 또 다른 자금원이던 계열사 지원이 불가능해져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자본 형성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서두른 이유도 있다. 2차전지 같은 사업은 세계시장을 놓고 수주 경쟁을 하기 때문에 발 빠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1000만 투자자 시대가 현실이다.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머물고, 또 다른 비즈니스를 할 때 젖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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