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9척 수주' 낭보…같은날 대우조선 "1.8조 수주"

입력 2022-02-03 17:09   수정 2022-02-04 01:31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연초부터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올 들어 한 달 동안 양사가 수주한 규모만 8조원에 육박한다. 지난 1월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된 뒤 두 회사가 경쟁하듯 수주 성과를 내면서 업계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3일 LNG(액화천연가스)이중연료추진 로로(RO-RO)선과 LNG벙커링선, 28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중소형 컨테이너선 등 총 9척을 약 7040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들 선박은 중형선 전문 조선사인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해에만 총 34척, 37억달러(약 4조50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올해 수주 목표치인 174억4000만달러의 21.2%를 새해 들어 한 달 만에 달성한 것이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도 초대형 LNG운반선 2척과 1만6000TEU 이상급 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약 1조8438억원에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선박 11척과 해양플랜트 1기를 수주해 총 27억2000만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아직 올해 수주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작년 목표치(77억달러)를 기준으로 보면 이미 달성률이 35%에 이른다.

업계는 1월 EU의 반대로 3년에 걸친 합병 시도가 무산된 양사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의 경쟁은 2010년대 중반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와 부실로 이어진 적이 있다. 업계 일각에선 양사와 함께 국내 ‘빅3’를 이루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높은 선가만을 골라내는 선별 수주를 강조하며 수주를 급하게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대규모 수주가 이례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물론 업황 개선에 따른 대규모 수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기존 운항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를 앞두고 선사들이 선제적 발주에 나서면서 수주 사이클이 완연한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양사 수주의 대부분은 LNG운반선이나 이중연료추진엔진을 장착한 친환경 선박이다.

수주 가격 역시 시장 가격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날 수주한 LNG운반선 2척의 평균 선가는 약 2억1800만달러다. 추가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최근 동종 선박 평균 가격(2억1400만달러)을 웃도는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 간 과열 경쟁은 문제지만 지금은 업황이 우려를 누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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