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이런 시장 판도를 뒤집을 ‘조용한 반란’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요기요, 메쉬코리아, 무신사 등 12개사에 5500억원을 투자했다. 2011년부터 합산하면 약 40개사, 1조원에 달한다. 일종의 모내기식 투자로 달성하려는 목표는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퀵커머스 1등’이다. 사람과 펫(반려동물)을 위한 신선 먹거리를 1시간 안에 문 앞에 배송해주는 e커머스 플랫폼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 8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인수한 요기요를 자사 ‘간판’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더프레시 GS프레시몰 등 기존 신선식품 온라인몰을 요기요에 통합시키는 전략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의 가장 큰 고민은 소비자를 유입시킬 온라인 간판이 마땅치 않은 점”이라며 “먹거리는 요기요로 통합하고, 패션 뷰티 등 비식품은 홈쇼핑에 기반한 GS샵으로 키우는 것이 중장기 비전”이라고 분석했다.
요기요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달 말 약 950만 명에 달했다.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에 이어 2위다. 업계에서 처음 시도한 구독 서비스인 요기패스는 출시 두 달 만인 지난달에 가입자 50만 명을 넘었다.
GS리테일은 우선 전국 330여 개에 달하는 슈퍼마켓을 요기요와 결합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민의 B마트와 같은 개념이지만 구현 속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수퍼마켓은 일찌감치 가맹점 비율을 50% 이상으로 올려 경쟁사와 달리 연간 1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낸다”며 “대부분 도심에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네이버, 컬리 등은 도시 외곽에 대형 물류센터를 마련해 주문 후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보유한 GS리테일은 도심에 특화된 7시간 이내 배송(퀵커머스)을 구현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공생형 투자 전략도 허 부회장의 뚝심이 빚어낸 성과로 평가된다. 사모펀드가 참여한 펫프렌즈를 포함해 상당수 투자가 재무적 투자자(FI)와 동행하는 구조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은 투자를 해도 최대주주가 되길 원하고, 경쟁이 될 만한 플랫폼엔 돈을 넣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GS리테일은 상대적으로 절박함이 강해서인지 투자 유연성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허 부회장의 지난해 투자 목록엔 무신사, 쿠캣 등 패션과 음식을 대표하는 플랫폼기업도 들어 있다. 공식적으로 양사가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IB업계에선 GS리테일이 당근마켓에 100억~300억원을 투자한 주요 주주로 알려져 있다.
GS리테일의 퀵커머스 1등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기요만 해도 최근 부사장 2명이 퇴사하는 등 인력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퀵커머스가 새벽배송만큼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을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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