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의 셀조직 승부수…"은행도 실리콘밸리처럼 일해야"

입력 2022-02-03 17:48   수정 2022-02-04 01:20

“조직 유연성을 높이고 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이끌어내자.”

신한은행이 3일부터 간부가 실무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대폭 이양하는 ‘셀(cell)장 책임제’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과관리 기법인 OKR(objective key results)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 팀장(부부장), 부서장(본부장 또는 부장), 그룹장(부행장), 은행장으로 이뤄진 의사결정 및 업무실행 체계를 실무 책임자인 셀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게 골자다.

셀은 필요에 따라 구성하고 없앨 수 있는 최소 단위의 ‘애자일(기민함)’ 조직이다. 셀장은 직급에 관계없이 해당 업무에서 역량이 최고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사람이 맡는다. 부서장은 업무 추진, 예산 사용, 인력 운용 및 평가에 대한 권한을 셀장에게 이양하고 셀의 역할을 조정 및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이 이 같은 조직개편에 나선 것은 ‘지시를 잘 이행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은행원 특유의 일하는 방식으로는 핀테크, 빅테크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셀장에게 전결권을 폭넓게 주기로 한 이유다. 셀 구성원은 서류 대신 구두나 쪽지로 보고하고 기존 직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한다.

신한은행은 공모를 통해 본부 조직에 200여 개 셀을 구성했다. ‘CX(소비자경험)셀’ ‘비즈 N글로벌솔루션셀’, HR(인력개발)부 산하 ‘탤런트 포트폴리오셀’ 등이다.

성과관리 방식도 OKR 체계로 대폭 바꾼다. OKR은 인텔에서 태동해 구글에서 꽃을 피웠다고 평가받는 실리콘밸리식 성과관리 기법이다. 달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여겨지는 목표를 설정해 동기를 부여하고, 단기 성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해 달성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들은 ‘전년 대비 10% 실적 상향’ 같은 목표를 두고 움직여 목표에 미달하면 사기가 쉽게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금융업에선 비대면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임직원 모두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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